지난 2004년 대선 때만 해도 선거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인터넷이 이번 총선기간 중에는 시종일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2002년 대선에서 게시판을 점령하며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뜨거웠던 네티즌의 열기는 물론이고 ‘넷심 잡기’에 주력하던 정당이나 후보자의 적극적인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역별 후보자에 대한 배너광고와 UCC 및 홈페이지 등을 통한 일부 후보의 유세활동 등이 전부였다.
예전 같으면 ‘모의 투표를 실시한다’ ‘후보별 지지율 변화를 체크한다’ 난리를 피웠을 포털도 조용했다. 방송과 신문에 게재된 선거 관련 기사를 띄우거나 선거 당일 개표결과를 타 미디어의 콘텐츠를 받아 보여주는 선으로 물러서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역시 국민의 정치적인 ‘무관심’이 첫손가락에 꼽혔다. 지난 대선 때에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응징(?)’이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지면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정책대결보다는 상대 흠집내기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이 같은 상황은 인터넷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포털 관계자들은 ‘국민의 무관심’과 함께 ‘인터넷 이용자층의 확대’를 주 이유로 들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 연령층이 10·20대로 구성돼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은 후보자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인터넷 이용자가 전 연령대로 확대되면서 타깃 마케팅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는 더 이상 ‘민심’과 ‘넷심’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됐다”고 설명한다.
‘포털들이 몸 사리기에 나선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들어 정부 규제기관들이 포털의 독과점 규제에 나서고 지식재산권 보호 책임을 묻는 등 다양한 규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자 포털들이 정치적으로 눈총을 받을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태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네티즌들의 모습을 두고 ‘2002년 대선의 학습효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네티즌(특히 노사모)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지만, 이후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 등에 네티즌이 실망을 한 것이 일정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총선과 관련한 콘텐츠는 네티즌이 만든 UCC라기보다는 각 정당의 선거캠프에서 만든 CCC(Camp Creative Contents)라 네티즌이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선관위의 규제로 인해 네티즌이 소극적으로 반응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순기·이수운기자 soon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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