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전자책 아마존이 `구세주`

`킨들` 단말기 인기 타고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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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전자책(e-book)이 활자 발명에 버금가는 출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2000년, 2001년 닷컴 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기업들은 너도나도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만달러 상금을 내건 ‘e북 상’을 만들었고 오프라인 서점의 대표주자 반스앤노블마저 e북 사업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닷컴 거품 붕괴와 함께 전자책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었다. ‘e북 상’이 폐지되고 반스앤노블 등 유명 서점 및 출판사들은 전자책 사업을 접었다.

 모두가 등을 돌리는 듯 했던 전자책 시장에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e북 단말기 ‘킨들’을 선보이고 10만권이 넘는 책과 블로그, 신문 등 방대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이나 마이클 루이스, 닐 게이먼 등 인기 작가들과 출판 계약을 맺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했다.

 AP는 킨들 출시 이후 지난 4개월 간의 전자책 시장을 분석한 결과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판업계와 AP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킨들 판매량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0대가 넘는다. 대당 399달러의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킨들이 품절되는 일이 빈발했다. 전자책을 찾는 독자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지난달 20일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은 아마존 홈페이지에 조만간 공급을 정상화하겠다는 사과문을 게시해야 했다.

 킨들의 인기는 전자책 업계 전반에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소니의 전자책 ‘소니 리더(Sony Reader)’ 매출은 킨들 출시 이후 2∼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사전 전문업체 엑타코가 킨들에 대항해 내놓은 ‘제트북(jetBook)’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제 디지털 출판 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자책 시장 매출은 3300만달러로 2002년 600만달러의 5배가 넘는다. 전체 출판 시장의 1%에도 못미치는 규모이지만 디지털에 익숙한 1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틈새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전자책은 영세 출판업체들이나 신인 작가들이 주류 무대에 진입하기 위한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실력으로 무장한 인디밴드들이 인터넷에 음반을 공개해 유명세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다.

 AP는 킨들을 MP3플레이어 아이팟에 비교하며 “머지않아 출판업체들도 인터넷 불법복제와 저작권 문제를 걱정해야 할 때가 올 지 모른다”고 표현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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