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슈퍼컴 활용 제자리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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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대학의 슈퍼컴퓨터 활용이 지난 2001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1일 본지가 한국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 소속 대학의 슈퍼컴퓨터 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스텍 등 주요 대학이 사업예산 및 관심 부족으로 차기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아예 학내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학의 슈퍼컴퓨터 도입 및 업그레이드가 이처럼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학교 차원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든 단과대 교수와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내 PC나 인터넷망과 달리 소수의 학과가 첨단 연구 목적으로 이용하는 슈퍼컴퓨터에는 투자를 꺼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대교수들조차 대용량 연산작업과 무관한 학과 교수는 슈퍼컴퓨터 도입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첨단 연구에 대한 투자를 PC교체나 인터넷망 업그레이드 등과 동일한 잣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학 본부 차원의 투자 활성화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 중 가장 큰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운용 중인 서울대는 오는 2010년 4호기 도입을 위해 올해 사업 준비에 착수해야 하지만 아직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사업예산도 마련되지 않은데다 대학 본부에서도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차기 사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로 3호기 시스템 무상 유지보수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당장 내년 유지보수 예산 마련이 걱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대는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도입한 2호기 시스템을 유지보수 비용 부담 때문에 2005년 3호기 도입 이후로는 전원을 꺼 놓은 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연구 중심 대학으로 꼽히는 KAIST는 아예 학교 차원에서 운용하는 슈퍼컴퓨터가 없다. 몇몇 교수가 학과 연구를 위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는 PC클러스터링 방식의 슈퍼컴퓨터를 각기 운용할 뿐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오래 전부터 학교 측에 슈퍼컴퓨터 도입을 건의했지만 반응이 없다”고 설명했다.

 포스텍은 그나마 있던 슈퍼컴퓨터 운용을 관리 및 예산 부담을 이유로 2년 전 중단한 이후 현재까지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포스텍은 최근 학내에 흩어져 있는 리눅스PC클러스터링 자원 통합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중단했다.

 권장혁 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 의장은 “해외에서는 슈퍼컴퓨터 능력이 곧 국가과학 경쟁력으로 여겨진다”며 “첨단 기초 연구와 인력 양성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학의 슈퍼컴퓨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