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SW기업 사업자수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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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프트웨어(SW)기업이 8700개?’

 SW사업자 신고제도에 따라 매년 신고하는 사업자는 8000여개에 이르지만 실질적으로 SW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는 3000개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사업자 수에 거품이 많다 보니 정통 SW기업들보다도 간판뿐인 SW기업이 정부지원 혜택을 받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SW사업자 신고제도를 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SW사업자로 등록된 기업은 8734개로, 이 중 대기업은 152(2%)개며 중소기업은 8582(98%)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52%에 해당하는 4500여개의 기업이 실제로 SW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1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강민 한국SW산업협회 팀장은 “매년 신고되는 사업자는 8000개가 넘는 상황이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9000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사업자 신고를 하는 데 아무런 조건이 없어 누구나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거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의무가 원인=공공부문 SW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SW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건물을 지을 때의 예를 들어보면, 회선을 설치하거나 IT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정보통신공사와 함께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하게 마련이다. 공공기관의 이런 종류의 사업 발주서에는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받은자’ ‘SW사업자 신고를 한 자’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정한 요건을 갖춰 등록을 해야 하는 정보통신공사업과 달리, SW사업자 신고는 매출이 전혀 없어도, 본업이 아니어도 신고를 할 수 있다.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SW사업자로 신고돼 있는 기업 중 건설업체나 중공업업체도 상당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걸어놓고 신고를 한 기업이 SW사업을 수주해 놓고 진짜 SW기업들에 하도급을 주는 일도 있다”며 “오히려 본업이 아닌 SW사업자가 사업거리를 가져가는 등 정책 수혜를 받는 사례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제도 개선책은=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SW사업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SW사업은 ‘개발·제조·생산·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 및 정보스템의 구축·운영 등과 관련된 경제활동(SW산업진흥법 제2조 2호)’으로 정의된다. SW사업 개념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SW사업을 하고 있는지 구분을 하기가 애매하다. 조선회사가 자사에서 사용하는 SW 관리만 해도 SW사업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SW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건설업계와 비교한다. 건설업에 대한 정의는 매우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건설 산업은 건설업과 건설용역업으로 나뉘고 ‘건설업’은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업, ‘건설용역업’은 건설공사에 관한 조사·설계·감리·사업관리·유지관리 등 건설공사와 관련된 용역을 수행하는 업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정의)하고 있다.

 최강민 팀장은 “개념을 명확히 하고 제도를 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