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용 솔루션사업을 하고 있는 남궁성 사장. 국내에서 마땅한 개발자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그는 중국 옌볜자치주로 눈을 돌렸다. 지난주 옌볜주 곳곳을 둘러본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 시장 진출도 함께 고민하고 있던 그는 옌볜이 개발자 확보와 중국 시장 진출 교두보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궁성 사장처럼 국내에서 필요한 개발자를 찾지 못한 IT업체들이 그 대안으로 옌볜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옌볜은 어떤 곳이며 한국 IT업체의 SW 개발기지가 될 수 있는지 현장을 가봤다.
◇중국 동북의 실리콘밸리 꿈꾸는 옌볜=중국 최동북에 위치한 옌볜은 인구가 총 220만명이며 이 중 38%가 재중동포다. 옌지·투먼·둔화·훈춘·룽징·허룽의 6개 시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주도(州都)인 옌지시는 재중동포가 50%가 넘는다. 중국 전체로 보면 아직 낙후지역인데 최근 IT를 앞세워 경제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 동북의 실리콘밸리를 꿈꾸고 있다.
옌지시 한복판에 있는 ‘IT밸리’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IT 전문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옌지시가 지난해 2월 완공한 이곳은 현재 컴퓨터·통신 등 IT업체 39곳이 입주해 있다. 특히 이곳에는 NHN을 비롯해 한국기업도 다수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옌지에 진출한 NHN은 이곳에서 홈쇼핑용 DB 관리사업을 하고 있는데 비용 대비 효과(ROI)가 높아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는 중이다.
IT밸리를 총괄하고 있는 김용성 사장은 “이곳에 입주하면 2년간 임대료를 면제받는 등 여러 혜택이 있다”면서 “한국업체가 계속 직원 수를 늘려가는 등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점 가지고 있는 옌볜=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문화도 유사해 거리엔 대부분 한글이 한자와 함께 표기돼 있다. 한국 TV방송도 어느 곳에서나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SW 개발은 개발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데 이 때문에 옌볜이 한국 IT기업의 SW 개발기지로 각광받는 것이다.
다롄도 일본이 한때 점령한 곳이어서 일본기업의 SW 개발 아웃소싱이 활발하다. 옌지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제작해 한국 SW기업에 공급하고 있는 임용운 사장은 “인도가 SW 강국이 된 것은 미국과 같은 언어와 문화 때문”이라면서 “옌지는 언어와 문화가 한국과 유사할 뿐 아니라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12시간 차이난 인도보다 오히려 환경이 더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가 싼 것도 큰 장점이다. 2000∼3000위안(28만∼42만원)이면 웬만한 개발자를 고용할 수 있고 4000∼5000위안(56만∼70만원)이면 꽤 괜찮은 개발자를 쓸 수 있다. 국내 비용의 20∼30%면 되는 것이다.
◇중앙 및 지방 정부도 적극 지원=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도 옌볜자치주를 IT특구로 키우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소수민족 우대정책과 병행해 도로·통신 등 각종 사회 인프라를 잇따라 구축하고 있으며, 지방 정부도 SW기업을 늘리기 위해 세금 등 각종 우대정책을 내놓고 있다.
박봉 옌지 IT담당 부시장은 “조선족이 많고 코스트가 낮은 옌지는 한국 IT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데 매우 좋은 테스트베드”라면서 “옌지를 한중 IT단지의 가교로 만들기 위해 각종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인프라는 아직 취약=옌볜의 사회적 인프라는 베이징·상하이·다롄 등 중국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아직 취약한 편이다. 그러나 세계적 PC방이 옌지에 있을 만큼 인터넷 시설은 한국과 비슷하다. 중·고급 SW인력이 부족한 것도 흠이다. 하지만 중국 100대 중점대학에 선정된 옌볜대학과 옌볜과기대가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옌지시 당국도 숙련된 SW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다롄 등 다른 도시로 간 개발자를 끌어오기 위해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도 그중 한 가지다. 아시아나IDT의 옌지 자회사인 금호연건을 맡고 있는 양철형 대표(총경리)는 “능력 있는 SW인력이 부족하고 이들을 훈련시켜도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해 다른 곳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면서 “하지만 언어 등 여러 장점 때문에 옌볜이 한국 IT기업의 SW 개발기지가 될 잠재력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옌지(중국)=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전자 많이 본 뉴스
-
1
최태원 SK 회장, 이혼소송 취하서 제출…“이미 이혼 확정”
-
2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3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4
삼성전자 연말 성과급, 반도체 12~16%·모바일 40~44%
-
5
“인력 확보는 속도전”…SK하이닉스, 패스트 트랙 채용 실시
-
6
삼성전자 “10명 중 3명 'AI 구독클럽'으로” 구매
-
7
'위기를 기회로'…대성산업, 전기차 충전 서비스 신사업 추진
-
8
잇따른 수주 낭보…LG엔솔, 북미 ESS 시장 공략 박차
-
9
현장실사에 보안측정, 국정공백까지…KDDX, 언제 뜰까
-
1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실시 협약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