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예요. 좋은 사람과의 관계가 돈을 벌어주죠. 좋은 사람을 얻으려면 신뢰가 중요하고 그런 신뢰를 만드는 기본은 테이블 매너라고 봐요.”
강태헌 큐브리드 사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람을 만날 때 테이블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이 식사 자리다. 강 사장은 와인은 정직하다고 설명했다. 와인은 배움이 있는 술로 익히지 않고는 함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국산 SW로 세계 시장을 개척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지금은 와인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깊게 자리 잡았지만 그 당시 와인은 소수만을 위한 문화였다.
“90년대 중반 프랑스에 출장을 갔는데 그들은 비즈니스 식사 자리에서 와인과 연극·오페라 이야기만 하더군요. 전혀 대화에 낄 수가 없어서 와인만 계속 들이켰었죠. 한잔 따라주면 거의 두 모금에 다 마셔버렸죠. 그들에게 와인은 의사소통의 매개체였어요.”
그 이후로 강 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그의 와인 스쿨이었다. 그는 비행기에서 서비스되는 와인의 맛부터 익혀갔다. 긴 비행 시간은 와인 관련 서적을 읽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와인을 익혀갈 무렵 강 사장은 캄보디아의 모 장관과 미팅을 가졌다. 회의가 시작됐지만 사업 진척은 없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냉랭한 분위기만이 흘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와인이 서비스되고 자연스럽게 와인이야기로 넘어가면서 1시간 동안 싸늘했던 회의장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강 사장이 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면서 포도주 마니아였던 캄보디아 장관이 SW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연히 같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마치 한 여인을 함께 짝사랑하다 들킨 것 같은 느낌이죠. 말문을 열고 마음도 열게 되요.”
강 사장은 와인을 마시는 사람 사이엔 ‘동지 의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스페인의 ‘마르케스 드 리스칼(Marques de Riscal)’이다. 이 와인은 짙은 붉은색을 띠며 열대 과일·건포도 향에 신맛과 타닌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강 사장은 “싼 와인도 좋은 사람과 함께한다면 그 값어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관능적이고 섬세한 붉은 물방울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강태헌 사장의 추천와인
- 와인: 마르케스 드 리스칼 리제르바(Marques de Riscal Reserva)
- 빈티지: 2003년
- 생산국 및 지역: 스페인
- 종류: 레드(red)
- 포도품종: 템프라니오 90%, 그라시아노 & 마즈에로 10%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사진=정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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