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항암제를 내부에 담고 있다가 혈관을 타고 이동해 암세포 주변에서 약물을 집중적으로 방출하는 자기조립형 나노입자 약물전달체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과학연구센터 권익찬 박사팀은 속이 빈 나노입자(HGC)를 만들고 그 속에 항암제를 넣어 암세포를 가진 생쥐에 주사한 결과, 항암제가 암세포 주변에서만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것을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이 만든 나노 약물전달체는 물을 좋아하는 긴 사슬모양의 바이오 고분자 ’글리콜 키토산’에 물을 싫어하는 분자인 콜라닉산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 나노입자를 물에 넣으면 물을 좋아하는 글리콜 키토산 부분은 저절로 밖을 향하고 물을 싫어하는 콜라닉산은 안쪽을 향하면서 지름 280∼330㎚(1㎚=10억분의1m)의 물렁물렁한 공 형태가 되고 이 안에 항암제를 넣게 된다. 연구진은 이 나노입자에 형광물질을 붙이고 물에 녹지 않는 항암제 ’캠토테신(CPT)’을 안에 넣어 인간 유방암 세포를 가진 생쥐에게 주사한 다음 나노입자의 이동과 항암효과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정맥주사로 투여된 나노입자는 암세포 주변에 집중적으로 침착되면서 항암제를 1주일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박사는 “암은 정상세포와 달리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많은 영양분이 필요해 주변에 조직이 엉성한 혈관을 새로 만든다”며 “나노입자는 이런 엉성한 혈관을 빠져나와 암 조직에 침투, 항암제를 방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암제가 들어있는 나노입자는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항암제를 서서히 배출, 약효가 오래 지속되고 분해된 나노입자는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속이 빈 나노입자만 주사했을 때와 식염수를 주사했을 때, 나노입자-캠토테신 복합체(CPT-HGC)를 체중 1㎏당 10㎎, 30㎎ 주사했을 때, CPT(30㎎/㎏)만 주사했을 때의 암세포 성장억제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속이 빈 나노입자와 식염수는 전혀 효과가 없었고 CPT-HGC와 CPT을 주사했을 때는 암세포 성장이 억제됐으나 CPT-HGC의 효과가 CPT만 주사했을 때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사 32일 후 암세포의 성장은 CPT만 주사했을 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48.8% 억제됐고 CPT-HGC를 주사한 쥐는 10㎎/㎏ 주사군이 67.6%, 30㎎/㎏ 주사군이 77.2% 억제됐다. 또 CPT-HGC는 독성도 CPT만 주사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CPT만 투여받은 생쥐들은 주사 35일만에 항암제 독성으로 모두 죽었으나 CPT-HGC 10㎎/㎏ 투여군의 75%, 30㎎/㎏ 투여군의 50%가 주사 후 40일까지 살아남았다.
권 박사는 “이는 CPT-HGC가 항암제만 사용할 때보다 암세포 억제효과는 높이고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은 줄인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나노 약물전달체는 각종 암치료 등에서 부작용이 적은 목표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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