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혁파에 전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서둘러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부처 간 서로 다른 전자문서 효력을 시급히 통일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자문서는 여러 모로 장점이 있다. 우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기 때문에 정리 및 관리하기가 쉽다. 컴퓨터·통신 매체를 활용해 간편히 유통하고 배포할 수도 있다. 종이문서를 대체하는만큼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관련 업계는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생성해 유통·보관하게 되면 연간 1조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보관하려면 스토리지 등 컴퓨터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 1호 공인전자문서보관서 사업자인 KTNET을 비롯해 LG CNS·삼성SDS 등은 이 사업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갖춰 놓고 있는 상태다. 공인전자문서보관서를 도입하는 곳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참에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을 놓고 일부 부처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며 조율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니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전자문서 효력을 놓고 15년간이나 정부부처 해석이 오락가락했다니 제대로 된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행 전자거래기본법은 전자문서가 요건을 갖추게 되면 관계 법령으로 정하는 문서를 대신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로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국세기본법은 전자문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사안에 대해 담당부처가 지난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아직 해당 부처가 방침을 밝히지 않아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법제처는 부처 의견 수렴 후에도 법령해석심의위원회 개최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어 조만간 유권해석이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자문서는 전자문서대로 보관하면서 국세와 법인세 관련 종이문서를 별도로 보관해야 하는 업계에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오죽하면 관련 단체들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달라고 청와대에 건의했겠는가.
우리보다 보수적인 일본도 전자문서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화된 종이 기록물의 폐기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세청 등에서 디지털화된 종이 기록물 폐기를 금하고 있어 전자문서 활성화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종이 없는 사무실 구현도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열악한 외국은 지역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자문서에 대한 보관·유통·폐기 등 각 프로세스에 맞는 특화된 법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전자문서 전체의 생명주기를 아우르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라는 세계 최초의 제도를 갖고 있다. 이런 제도가 있는데도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효력을 인정한 전자문서가 관련 부처의 다른 법규 해석으로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난센스다. 세계 제일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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