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정 때문에 택시를 타게 됐다.
그런데, 택시 안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에 웹캠과 함께 노트북PC가 설치돼 있다. 평소처럼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을 꺼내 와이브로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택시기사 주세복(48) 씨가 말을 건다. “손님, 와이브로 어떤 요금제로 쓰세요?”
1달에 1만 9800원짜리 무제한 요금제를 쓴다고 답하자 주 씨는 “만원짜리 실속 요금제를 쓰시는 게 훨씬 유리해요.”라며 와이브로에 대한 지식을 풀어놓았다.
개인택시를 3년차 운행하는 주 씨는 GPS 장치를 레노버의 S-60 노트북에 연결하고 노트북 전용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이지윙스’를 설치해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한다. DMB를 연결해 뉴스를 시청하고 KT의 와이브로를 설치해 증권시세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그러나 이 모든 IT기기들은 고객서비스용으로 더 자주 활용된다. 주 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IT강국’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그는 “호주 관광객이 택시를 탔어요. 유선인터넷도 속도가 느린데 택시 안에서 이렇게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고 하더군요.”고 했다.
위성지도에 직접 유명식당의 정보를 입력해 일본인 관광객들을 안내할 때도 있다.
“위성지도에 입력해 놓은 나만의 맛집으로 관광객들을 모시기도 하고 포털사이트에서 지역정보를 검색해 데려다 주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노트북 위에 설치한 웹캠은 어떤 용도일까. 주 씨는 웹캠이 심야시간에 등장하는 취객·강도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 설명했다.
“여자승객 세 분이 술에 만취한 상태로 택시에 탔는데 갑자기 폭행을 휘둘렀어요. 나중에 경찰조사를 받게 되자 이들은 모두 폭행사실을 부인했죠. 하지만 웹캠 녹화 덕분에 간단히 해결됐죠.”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리포터’로 변신한다. 실제로 주 씨는 교통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 웹캠으로 영상을 촬영해 와이브로로 지상파 방송사에 전송한 경험이 있다.
그는 “IT를 활용해 교통안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뿌듯했죠”라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주 씨는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는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 택시의 유비쿼터스 환경 조성을 돕자고 제안했다.
“IT와 관광을 결합합시다. 8만 대에 육박하는 전체 택시에 이런 시스템을 설치하기는 힘들지만 모범택시만이라도 보급한다면 한국이 IT강국이라는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부분에 신경을 써야 외국인들은 감동합니다.”
주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택시는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진욱기자@전자신문, c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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