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수많은 지역기술 혁신주체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역 R&D자금을 배경으로 지방대학에, 지방산업단지에, 공공행정 서비스 구역에 계속 세워졌다. 종류도 많아 지역기술혁신센터·창업보육센터·중소기업기술지원센터·지역연구센터 등 사업주체 측에서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센터가 생겨나고 여기에다 사업별 사업단이 추가로 생겨났다. 한마디로 R&D 지원체계가 혼란해진 것이다.
현행 지역 R&D 지원체계의 문제는 지역에 부처별 계열화된 조직 산재로 인한 한정된 혁신자원의 분산, 중앙위주의 지원체계로 인한 지역의 수요반영 미흡, 의사결정 지연, 중앙정부의 경쟁적 사업추진에 따른 업무중복과 지역 R&D 관리기관의 기능 미흡, 지역에서 묻지마 식의 사업 끌어오기다.
단위도 커지다 보니 웬만한 지방대학에서 10억원 단위의 사업은 눈에 차지 않을 정도가 됐다.
“우리는 지방대학이 아니고 지역대학이다. 서울도 지역, 부산도 지역, 우리도 지역이다. 지역의 집합이 국가 아닌가. 우리 빼면 국가도 안 되고 세계화도 안 된다”고 외쳤다.
지난해 9월부터는 지방에 R&D 지원조직이 없던 과학기술부까지 나서 ‘지역R&D지원단’을 운영하다 보니 지역R&D센터, 지역 R&D허브, 지역센터, 지역사업단 등 더 이상 지어낼 이름이 없을 정도로 유사품이 그득하다. 벤처공화국, 혁신공화국에 이어 센터공화국의 시대가 왔던 것이다.
이제 실용주의를 우선으로 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차제에 지역기술 개발목표에 따라 설립된 국가임무대행조직(흔히 에이전시라 한다)의 기능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잘못돼서라기보다는 이를 다듬을 때가 됐다는 뜻이다. 참여정부 시절이 지역에 강제적 투입을 우선으로 한 ‘국가R&D자금의 40% 지역배분’이라는 지상명제를 수행하기 위한 때였다면 이제는 이를 정밀하게 튜닝하는 조정의 시대가 왔다. ‘만든다, 없앤다’의 얘기가 아니라 ‘있는 걸 새롭게 쓰자’는 기본에 준거한 것이다.
새 정부에 들어와 영국의 지역개발기구(RDA)와 유사한 광역화지역개발개념과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DOS(대덕-오창-세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핫이슈화되고 있다. 이것을 보면 다행히 지역관련 과학기술에 관한 한 지난 정부와 큰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공약사항에서 과학기술개발과 지방을 키워드로 살펴보면 △글로컬 21시스템에 의한 지방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과학기술허브 육성에 의한 지역 균형발전 지원 △지방의 장기 임대산업단지 건설 지원 확대 △지방허브에 특성화대학 설치 △ R&D센터와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다분히 새로이 하는 것보다는 기왕의 것을 잘 해보자는 전통보수적(?) 개념의 현 정부의 실용적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이 정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지역기술 혁신은 어디로 가야 하나. 우선은 사생아의 호적 등록이다. 그 많은 조직을 지역에 그대로 두면 잘못하면 사생아같이 된다. 그간의 지역 기술혁신 주체들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존재해야 한다. 다음은 채워 넣는 새로움보다 있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원래의 가치를 재발견해서 있는 걸 새롭게 쓰는 태도다. 이것에 대한 답으로 테크노파크의 적극적 활용을 제안한다.
지역사업의 절반이 산업자원부의 사업이고 산업자원부의 ‘T’자 붙은 사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인 테크노파크는 투자대비성과를 나타내는 비용편입분석(BCR)이 150%라 한다. 테크노파크는 초기 구상까지 포함해 20년에 가까운 장기 프로젝트로, 강력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년간 지역 기술혁신 사업 수행을 통한 축적된 경험, 정보 및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출생일자는 서로 다르지만 전국 14개 지자체에서 나름대로 각 지역을 위해 자리 잡아가고 있고 우리의 현실적 목표에 가장 근접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문정기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jgmoon@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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