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KAIST가 정부조직 개편으로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학 내부에서 학교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새로운 비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AIST는 최근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로 소속 이관이 확정됨에 따라 그동안 독자적인 영역을 쌓아왔던 이공계 전문 대학의 특성이 자칫 사라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내부에서는 현재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의 비전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KAIST의 소속 부처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30여년 전 학교 설립 당시 KAIST는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에 필요한 영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비전으로 내세웠고 현재까지 과학기술부 소속으로 특별법에 따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로 소속이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존 과학기술과 산업에 국한된 특정 정책보다는 일반 국공립 대학과 동일한 교육 정책 방침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학 모 교수는 “현재로서는 학교 설립 당시 취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어떤 정체성을 갖고 미래에 대처해야 할 지 학교의 비전을 재설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KAIST는 이번 소속 부처 이관으로 자칫 대학의 자율성 및 재원 확보에 타격을 받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재원 문제는 심각하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간 독립적으로 시행해온 학생 선발 방식·학사운영 제도 등 학교의 독립적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결국 이공계 대학으로서의 비전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KAIST 교수 사회에서는 현실을 직시해 새로운 비전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와 관련한 대학교수협의회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한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다.
김종득 KAIST 교수협의회장은 “많은 사람이 학교 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조만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수렴된 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순흥 KAIST 교학부총장은 “특별법이 유지되는 한 학교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부처가 바뀐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춘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