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출범 13주년을 맞았다. 10여년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케이블TV업계는 15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매출 5조5000억원을 달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디어산업으로 성장했다. 케이블TV를 빼놓고는 이제 방송산업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케이블TV산업은 우리 방송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케이블TV는 중계유선방송이 다채널 매체의 전부라고 여겼던 국내 시청자에게 다채널 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매체 간 균형성장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줬다.
물론 케이블TV의 지난 13년이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중계유선과 생존을 건 가입자 유치 경쟁, 케이블SO와 PP 간 이해관계의 충돌, 통신사업자와 갈등으로 케이블TV업계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케이블TV가 오늘처럼 성장한 것은 순전히 케이블TV 종사자들이 노력한 덕분이다. 그들의 방송산업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땀방울이 없었다면 케이블TV는 국내 대표적인 미디어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케이블TV업계는 격동기에 놓여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화 추세에 따라 미디어산업 진흥 및 규제 정책을 담당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 출범했고, IPTV의 출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 등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전환은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케이블TV산업 내부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지역 독점 체제가 상당 부분 허물어지고 소유규제도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가히 미디어 빅뱅이라고 할 만한 일들이 조만간 케이블TV업계는 물론이고 전 미디어 시장에 휘몰아칠 것이다.
케이블TV 사업자들 역시 이런 어려움을 예측해 진작에 다양한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통·방 융합 추세에 대처하기 위해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시장 진출 등 이동통신사업 추진의사를 밝혔고 디지털전환, 융합 서비스 강화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케이블TV업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미디어 시장이 한 치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탓이다. 잠깐 방심했다가는 미디어산업의 주도권을 새로운 매체에 내줘야 할 처지다.
케이블TV가 급변하는 통·방 융합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가입자 중심의 ‘미디어2.0’ 환경에 적응하는 길밖에 없다. 점차 높아지는 가입자의 욕구를 어떻게 해소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효과적인 대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가입자 프로그램 평가, 수신 품질, 채널번호정책 등 모든 것을 가입자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억지춘향식으로 가입자에게 프로그램을 떠안겨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앞으로 등장할 IPTV 등 신규 매체가 케이블 사업자들의 약한 고리를 어떻게 끊고 들어올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같은 현실이 케이블TV의 출범 13년을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케이블TV가 통·방 융합화 시대에도 시청자의 복지를 가장 우선시하는 매체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케이블 사업자 먼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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