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가격의 비밀](하)저가폰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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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3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모씨(33). 인터넷에서 최신 휴대폰을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팝업 광고에 눈길이 멈췄다. 물론 가입비 3만원을 내는 번호이동 조건이었다. 출고가 34만9800원인 휴대폰(LG전자 샤인바)을 3만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씨는 얼른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다. 1000원도 곧 바로 입금했다.

 한씨는 최신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마음에 기뻐 배송을 눈꼽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한씨의 문의 전화에 판매 업자는 “주문이 많아 재고가 부족하다”며 “구하면 바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한 달이 지나도 휴대폰은 도착하지 않았다. 한씨는 항의하기도 지쳐 계약을 취소했다.

 ◇가입자 유치전쟁, ‘가상 휴대폰’을 출현시키다=한씨는 국내 휴대폰 유통 구조가 낳은 변칙 판매 방식의 대표적 피해사례다. 판매업체가 가입자 모집에 급급한 나머지 있지도 않은 ‘휴대폰’으로 예비 가입자를 모집했지만, 장려금이 예상외로 적게 나오자 판매를 백지화시킨 것이다.

 통상적으로 판매점은 특정 단말기의 장려금이 얼마만큼 책정될지 미리 예상하고 판매에 나선다. 하지만 예상과 실제 장려금이 다를 때 한씨 같은 피해가 발생한다.

 하루라도 더 빨리,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목을 매고 있는 국내 휴대폰 유통 구조가 낳은 폐단이다.

 ‘실제 물건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판매하는’ 이 같은 변칙 영업은 판매자 입장에선 크게 손해볼 것이 없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예상대로 장려금이 책정되면 가입자를 미리 확보해 고객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업무도 신속히 볼 수 있다. 실패 시 신용도가 떨어질 우려는 있지만 고정 점포가 없는 온라인에선 이런 우려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소비자는 판매업체의 이 같은 ‘아니면 말고 식’ 판매에 분통을 터뜨린다.

 판매업체가 새로운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던진 ‘미끼’에 낚인 셈이기 때문이다. 사기 판매로 인한 피해는 차지하더라도 2차적으로 개인정보 노출 위협에 빠진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다면 본인이 회수해 파기할 수 있겠지만 온라인으로만 거래한 경우라면 자신의 상세한 개인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지 아니면 유출될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한씨와 같은 피해를 본 서울 역삼동 윤모씨(35)는 “판매자 측에서는 신청서를 폐기하겠다고 했지만 내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에 이용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기형적인 유통구조, 메뚜기폰족을 낳다=이동통신사들이 신규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장려금을 주고, 휴대폰 판매 가격을 낮추는 영업 행태는 새로운 유통 방법을 탄생시켰다. 바로 신규 가입 당시 싸게 산 고가의 휴대폰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폰테크(휴대폰+재테크)’다. 폰테크는 현행 휴대폰 유통 구조의 맹점에서 파생된 것이다.

 휴대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신규 가입이 번호를 새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번호이동은 사업자를 변경해야 한다는 점에서 꺼리는 경향이 적지 않다. 현재 쓰고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휴대폰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기기변경밖에 없지만 기기변경은 할인 혜택이 적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폰테크족들은 휴대폰 되팔기를 한다.

 폰테크는 위법 행위가 아니다. 개인끼리 사고 파는 일종의 중고 매매다. 그래서 이동통신사들은 폰테크의 확산을 부담스러워 한다.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해 장려금이란 이름의 불법 보조금까지 보태 휴대폰을 값싸게 제공했지만 3개월 후(폰테크는 주로 개인이 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번호이동이 가능한 3개월 뒤에 주로 나타난다)면 해지해버리니 믿지는 장사다. 하지만 폰테크는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 업체 그리고 관련 유통 업체들이 낳은 구조적인 모순이어서 이통사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통사 연체료 부담 해소 정책, 대리점은 속앓이=이동통신 사용요금 자동이체를 위한 통장번호 확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일부 대리점에서 나온다. 자동이체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일선 대리점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 시 자동이체를 위한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을 경우, 전산 작업이 그 다음 단계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대리점에서는 직원 명의의 계좌를 등록하는 건수가 적게는 5건, 많게는 10건씩 발생하기도 한다.

 이통사들이 이처럼 지로보다 자동이체를 선호하는 것은 연체율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게 일선 대리점들의 의견이다.

◆소비자 대응수칙-미끼상품 주의

 휴대폰 판매가격은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판매 업체의 장려금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장려금은 상권·매장 종류(직영점·대리점·판매점)·실적·시기·휴대폰 모델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계산이 복잡하고 같은 층 또는 같은 상권에 있는 매장에서도 판매 가격이 천양지차가 된다.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나=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저렴한 가격의 휴대폰 구입이 최우선이면 ‘발품’이 필수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도 포함한다. 가장 싼 집은 직접 확인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온라인에서도 저렴한 휴대폰을 누가 파는지, 믿을 만한 판매자인지 검색해 찾아야 한다.

 온라인 구매 시 원치 않는 요금제에 가입되거나 결제 후에도 물건이 오지 않는 문제들이 빈번할 수 있는데 이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팁은 있다. 휴대폰 커뮤니티를 통해 검증받는 것이다. 세티즌(www.cetizen.com), 이사모(www.isamo.net),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등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모여 판매 조건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좋은 상품도 소개하기 때문에 구매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팁. 휴대폰 가격이 워낙 들쭉날쭉해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렵지만 구매일을 월 초보다는 월 말에 맞추는 것이 좋다. 이동통신사나 대리점 등이 목표했던 실적을 맞추기 위해 행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 내에서 휴대폰을 팔고 있는 최모씨(23)는 “아무래도 월 말에는 실적 부담이 있어 다른 때보다 가격을 내려 파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 대응수칙=온라인에서는 자신이 미끼상품을 덥석 무는 붕어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수많은 미끼상품에 낚여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50만원 이상의 고가 신제품이 공짜로 판매된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기계값이 추후 할부판매 형식으로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짜공짜폰(가입 후 기계값 부과)까지 등장해 유통업계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원치 않은 조건으로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기 위해선 휴대폰을 개통한 즉시 각 이통사 114 고객센터에 확인해야 한다. 현금완납 조건으로 개통됐는지, 몇 개월 할부조건인지 확인을 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의사와 다른 조건으로 가입됐으면 14일 이내 가입을 취소할 수 있다.

 통신서비스 이용요금을 자동이체하는 때는 영수증을 잘 살펴야 한다. 자신이 신청한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내용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통신회사의 이용약관상 통신서비스 이용요금은 통상 6개월이 경과한 후에는 환불받을 수 없다.

◆휴대폰 구매형태, 5명 중 1명 공짜폰 장만

 최근 1년 사이에 휴대폰을 구입한 네티즌 5명 가운데 1명은 값을 치르지 않고 공짜로 휴대폰을 장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세련된 디자인에 고급 사양을 갖춘 고가폰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휴대폰 값으로 50만원 이상을 지급한 사람은 100명 가운데 1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신문 탐사보도팀이 온라인 리서치 전문업체인 엠브레인(www.embrain.com)과 공동으로 이달 초 전국 10대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폰 구매 관련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0.4%가 공짜폰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19.6%)보다는 여성(21.25)이, 학생(15.0%)보다는 가정주부(29.8%)가, 10대(10.6%)와 20(17.6%)대 젊은층보다는 40대(26.0%)와 50대 이상(30.6%)의 중장년층이 공짜폰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짜폰을 장만한 사람 가운데 46.8%가 공짜폰을 만족해하는 반면에 불만을 나타낸 사람은 15.6%에 그쳤다. 공짜폰에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부가서비스 의무가입과 비싼 이용요금, 기기 품질저하 등을 꼽았다.

 휴대폰 구입 가격대별로는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5.8%가 휴대폰 기기 값으로 10만원 미만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로 구입했다는 응답자가 20.4%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그 뒤로 △10만∼20만원대 14.6% △20만∼30만원대 12.8% △40만∼50만원대 8.4% △50만원 이상 7.6% 순이었다.

 이처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2%가 무료 또는 1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휴대폰을 구입한 반면에 40만∼50만원대 이상의 고가폰을 구입한 사람은 16%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별 수요 양극화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 경쟁 심화로 휴대폰 보조금(리베이트 포함) 규모가 커지면서 30∼40만원대의 휴대폰이 공짜폰으로 둔갑해 판매되거나 40만∼50만원대 고가폰도 10만 안팎에 구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 가운데 27%가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보조금을 받았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가운데 86.7%는 ‘20만원 미만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30만∼40만원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3.7%나 됐다.

 한편 소비자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주로 이통사 대리점(61.0%)과 인터넷 쇼핑몰(19.0%)을 이용했으며 그 이유로는 ‘가격이 저렴’하고(36.05) ‘다양한 제품을 비교 구매’(20.2%)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탐사보도팀=김종윤·김원석·윤건일기자@전자신문, tam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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