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휴대폰 보조금으로 전용되는 장려금의 실체가 확인됐다.
본지 탐사보도팀이 일선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1월 말 현재 적용했던 ‘그레이드(grade) 정책표’를 입수, 분석한 결과 휴대폰 대리점의 이윤과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장려금(리베이트) 항목이 20여개에 이르며, 이통사뿐만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에서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그레이드 표에 있는 각 장려금 항목 적용 유무에 따라 유통시장에서 같은 모델일지라도 휴대폰 판매가격은 최대 32만원까지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장려금 규모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유통시장에는 ‘공짜폰(판매가격 0원)’과 ‘버스폰(판매가격 1000원)’을 비롯해 심지어 휴대폰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공짜폰·버스폰·마이너스폰의 출현은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경쟁과 전략 단말기 판매에 집중하는 제조사, 대리점의 공격적 영업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려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는 장려금을 내걸고 대리점에 적극적인 영업을 독려하고, 대리점은 더욱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통사와 제조사에서 받게 될 장려금을 미리 단말기 가격에 반영, 할인해 준다. 대신 대리점은 가입자 유치로 안정적 매출을 가져다 주는 통화수수료를 확보하고 인센티브라는 선물까지 받게 된다.
수도권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했던 정모 사장은 “기존 가입자 이탈에 따른 통화수수료 감소를 신규 가입자 유치로써 만회해야 한다”며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휴대폰 가격할인 등)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재팀이 입수한 한 이동통신 대리점의 1월 그레이드 정책표에 따르면 휴대폰 판매가격은 크게 △본사 기본정책과 △제조사 정책 △본부 정책에 따라 출고가격에서 적게는 1개, 많게는 9개 항목의 장려금이 반영돼 결정된다. 개통장려금을 비롯해 출고 활성화 정책, 제조사 정책, 분기 실적확대 정책, 판매 활성화 정책, 본부모델 추가 등 세부 항목별로 적게는 1만5000원에서 많게는 32만1700원의 장려금이 붙는다.
장려금이 책정되지 않는 휴대폰은 이 대리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48가지 휴대폰 중 하나도 없었다. 평균적으로는 휴대폰 한 대당 4가지 이상의 장려금이 책정됐고 금액은 약 11만7000원이 배정됐다.
휴대폰 장려금은 이통사뿐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도 주고 있다.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최근 이통사 간 3세대(3G) WCDMA 가입자 유치 경쟁이 불붙으면서 3G 단말기에 리베이트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세대(2G) 단말기에 비해 리베이트 규모는 최대 6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레이드 표는 전국의 지역본부 영업팀이 수립하며, 도매를 하는 대리점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며 “본사는 기본적인 수수료 정책만을 지역 본부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형 대리점은 지역본부 정책에 추가로 장려금을 실어 2차 대리점(판매점)에 공급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격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레이드 정책표는 영업비밀로 외부 공개가 불가하다”면서 “그레이드 표는 수시로 바뀌며 장려금 항목은 3사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델별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휴대폰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 해제 정책이 단행되면 제조사가 직접 시장에서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불어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탐사보도팀>
◇용어설명 : 그레이드(grade) 정책표
휴대폰 판매목표량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 현황과 대리점이 받게 될 각종 수수료 항목을 모델별로 정리한 표다. 일정 기간 동안 이통 3사가 거래하는 전국 3260개의 대리점과 1만개 이상으로 추산되는 판매점에서 가격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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