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승리 따른 반도체업계 `희비 교차`

 ‘그러게 줄을 잘 서지.’

 차세대 DVD 포맷 전쟁이 블루레이 진영의 승리로 끝나면서 관련 반도체 업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NEC가 최대 피해자, 시그마디자인이 최대 수혜자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는 2년여를 끌어온 차세대 DVD 전쟁이 끝나면서 NEC와 브로드컴 등 HD DVD용 칩을 공급해온 반도체 업체들이 울상을 짓는 반면 블루레이 진영의 시그마디자인이 활짝 웃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대 피해자는 HD DVD 플레이어의 메인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개발한 NEC다. 시장이 본격 열리지 않아 직접적인 제품 판매 손실은 크지 않지만 수년간 HD DVD 칩을 개발하면서 투입한 비용과 인력은 회복할 수 없다. NEC의 소피 야마모토 대변인은 “NEC는 결코 어느 한쪽 진영에 집중하지는 않았다”며 “HD DVD의 몰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는 HD DVD에 쏟은 R&D 투자 규모를 밝히기는 거부했다.

 브로드컴도 LG전자의 듀얼플레이어에 HD DVD·블루레이 동시 호환칩을 공급하며 화제가 됐지만, 포맷 단일화로 쓸모없는 투자를 한 셈이 됐다. 브로드컴은 HD DVD 소프트웨어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반면 HD DVD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졌던 인텔은 두 진영 모두에 사용되는 범용 칩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큰 손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마디자인은 대부분의 독립형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사용되는 시스템온어칩(SoC)을 개발하며 최대 수혜자에 이름을 올렸다. 애초 HD DVD 진영을 기웃대다가 브로드컴과 NEC에 밀려났던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캔 로우 시그마디자인 전략 마케팅 부사장은 “그동안 얼리어답터 위주로 소규모 시장이 형성됐지만 포맷 전쟁이 끝난 이상 일반인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트너는 지난해 290만대 수준이던 블루레이 시장이 올해 760만대로 커지고 내년에 1360만대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을 선점한 시그마디자인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시그마디자인의 독점적 지위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디어텍과 조란 등 시장 표준이 정해지기만을 기다린 반도체 업체들이 사업을 본격화한다. 올 초 CES에서 블루레이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선보인 조란은 본격적인 생산 채비를 갖췄고 미디어텍도 칩 출시 일정을 조율중이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는 포맷 단일화로 그동안 눈치만 보던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하드웨어 가격이 내려가면 결국 최대 승리자는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그마디자인의 로우 부사장은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올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200달러 수준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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