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실용·변화 가로질러 선진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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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사에서 본 경제 화두는 단연 ‘선진화’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 곳곳에서 선진화라는 말을 열 다섯 번이나 사용, 차기정부 정책 목표가 선진화임을 거론했다. 선진화 과정에는 중소기업의 역할론이 강조됐다. 선진화 외에도 ‘경제’ ‘미래’ ‘발전’ ‘실용’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슬로건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실용 경제를 통한 미래 선진국으로의 발전’이다.

 ◇선진화, e노믹스의 화두=‘선진화’는 향후 5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궁극적 목표로 자리 잡았다. 취임사 서두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며 “남들은 이것을 ‘기적’이라고 또는 ‘신화’라고 하지만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진실한 삶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은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 선진국, 선진일류 국가’를 말하며, 정책 핵심이 ‘선진화’에 있음을 천명했다. ‘선진’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류’라는 단어를 조합해 ‘선진일류 국가’라는 미래 국가목표를 밝혔다. ‘선진’과 ‘일류’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단어로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실용’ ‘경제’를 토대로 ‘미래’ ‘발전’=경제 철학은 역시 ‘실용’이었다. ‘실용’은 연설과정에서 5회나 강조됐다. ‘이념의 시대를 넘어서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실용은 ‘동서양 역사를 관통하는 합리적 원리이자 세계화 물결을 헤쳐나가는 데 유효한 실천적 지혜’며,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풀이했다. ‘실용’은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 과정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이명박 스타일의 경제 살리기 핵심으로 꼽힌다. 마거릿 대처, 로널드 레이건, 고이즈미 준이치로, 덩 샤오핑, 리콴유, 루드 루버스 등의 경제 철학과 유사하다.

 경제대통령답게 ‘경제’ 11회, ‘미래’ 8회, ‘발전’이라는 단어를 열 번이나 사용했다. ‘실용적인 경제를 통해 미래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꿈이 연설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금은 변화와 개방의 시대=이명박 대통령은 현재를 ‘변화와 개방의 시대’로 규정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6회, 개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5회나 사용했다. ‘넛 크래커’ 상황인 대한민국 처지를 변화와 개방이 필요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위기’라는 말은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두려움을 주는 ‘위기’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개방과 변화’라는 실천적 의지를 반영한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변화를 강조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다음 60년의 국운을 좌우할 갈림길에서, 이 역사적 고비를 너끈히 넘어가기 위해서 저는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변화를 소홀히 하면 낙오합니다. 변화를 거스르면 휩쓸리고 맙니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며, 연거푸 ‘변화’라는 말을 사용했다. 대통령으로서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강조 어법으로 국민 변화를 촉구했다. 취임사에서 ‘경제 발전, 사회 통합, 문화 창달, 과학기술 발전, 평화통일 기반을 다지려는’ 새 정부의 목표 달성 여부가 곧 국민 의식 변화에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 셈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