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협·단체들의 ‘간판 고쳐 달기’가 한창이다.
협·단체별로 다양한 사연이 있지만 모든 의도를 관통하는 목적은 이전 정부 하에서 갖고 있던 색깔을 벗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새로운 옷을 입고 싶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가 만들어낸 현상 중 하나다.
◇새 술은 새 부대에=이미 널리 알려진 협·단체의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CI를 도입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 이상이다. 특히 ‘간판(?)’은 향후 협회의 발전 방향이나 위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권 교체로 정책 방향이 크게 변화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 같은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벤처기업협회 ‘시동’=가장 먼저 변신을 시도하는 곳은 벤처기업협회다. 벤처 관련 기관의 맏형격인 벤처기업협회는 21일 총회를 개최, 협회명을 ‘벤처산업협회(가칭)’으로 변경하는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총회의 승인을 얻어야 최종 확정되겠지만 ‘벤처기업’이 갖고 있던 단어의 의미를 좀더 확장하기 위해서다.
한국여성벤처협회·IT벤처기업연합회·한국바이오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각종 벤처관련 협·단체와의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또 한편으로는 특정 기업군이 아닌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 매김함으로써 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일부 부정적인 의미도 씻어내겠다는 의미도 포함됐다.
이번 벤처기업협회의 개명이 한국여성벤처협회·IT벤처기업연합회·한국바이오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벤처’ 관련 협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코드 맞추기 아닌 시대적 변화 수용=중소기업기술혁신(이노비즈)협회도 현재 협회명을 바꾸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기존 이름에 협회의 성격이 확실히 묻어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이노비즈인증 기업이 1만개를 넘어서면서 다른 중소기업 관련 협·단체와 차별화된 이름을 갖기 위해서는 쉽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의 정책에서 직접 사용된 단어가 협회명에 들어가 있는 곳도 개명을 추진 중이다.
참여 정부를 관통했던 IT839정책의 핵심 산업의 하나였던 홈네트워트 관련된 홈네트워크산업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 특성을 살린 협회명인데도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의 색이 너무 많이 묻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속내다.
이와 관련, 모 협회 관계자는 “새 정부 코드 맞추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변화를 수용해 한 단계 도약을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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