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과학관 "10대 과기강국 이끈 원동력"

 ‘대통령의 과학관(觀)을 보면 과학기술 발전상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10대 강국이다. ‘과학보국’이라는 이름 아래 역대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선진국 도약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은 50여년간 지속적인 과기육성책을 추진해왔다. 대통령의 과학관을 통해 어떻게 과학기술 발전이 이뤄져 왔는지를 살펴본다.

 ◇오늘날 원자력 기술 토대 마련=역대 대통령들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추진해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초기 불안한 정치·사회 상황 등으로 인해 과학기술에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원자력 분야에서의 업적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1956년 원자력 법안을 만들었으며, 이 법에 따라 원자력위원회와 원자력 담당부서를 설치했다. 1959년에는 지금의 한국원자력연구소인 원자력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전담 비서관 둬=박정희 대통령은 ‘과학기술 진흥’의 대표주자다. 농업국가를 공업국가로 바꾸기 위해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청와대 비서실에 공업·과학기술·방위산업을 전담하는 비서관을 두고, 정부부처의 과학기술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겼다. 과학기술처를 출범시키고, 과학기술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과학원(KAIS)도 이때 세워졌다. 대덕연구단지를 설립, 국가주도의 과기발전 모델을 만들었다.

 ◇전자산업 발전 모델 정립=전두환 대통령은 전자산업 부문 기술진흥정책으로 오늘날의 IT강국을 만드는 토대를 제공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16개였던 과학기술 관련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8개로 통폐합을 단행하는 강단을 보였다. 전전자교환기 개발, 행정전산망 도입, 컬러TV 방영, 한국통신 민영화, 전화 자급제 등을 시행하면서 전자산업의 시장을 열어 산업을 키우는 산업중심의 발전모델을 만들었다. 매분기 기술진흥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을 제정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목표 세우고 지원은 안 해=노태우 대통령은 국가 발전의 기치로 ‘고급 과학기술 사회의 창조’를 내걸 정도로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발전 계획도 설정했다. 90년대 중반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과학기술을 높이고, 20세기 말에는 선진 7개국 수준까지 진입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목표에 비해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안 돼 성과는 크지 않았다.

 ◇과학기술 장기 비전 발표=과학기술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김영삼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1995년 미국 순방 중 재미 과학기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과학기술 입국’을 선언하고, 핵융합과 우주개발을 포함한 과학기술 장기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과기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표명했다. 재임기간에는 정보화를 중점 추진했으며, 고등과학원·광주과학기술원·아태 이론물리학센터 등이 설립됐다.

 ◇연구기관 행정간섭 배제=김대중 대통령도 ‘과학입국’을 주장할 정도로 과학기술을 중시했다. 김 대통령은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켰으며, 국가 과학위원회를 설치했다. 연구기관의 연구개발비도 크게 늘렸으며, 기술이사회 제도를 도입해 연구기관이 행정간섭을 받지 않게 했다.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과학기술 혁신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지식기반 사회 구축을 위해 IT·BT·NT 등 첨단과학기술 개발에 힘썼으며, 벤처특별법 제정을 통해 기술 집약적인 벤처기업 육성에도 많은 노력을 했다.

 ◇과학기술부총리 통한 과기혁신 주도=노무현 대통령은 과기부총리제를 도입할 만큼 과학기술 부문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과기부 내에 혁신본부를 두어 정부부처의 미시경제 부문을 제어하도록 한 것은 OECD국가 중 가장 혁신적인 정부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획기적 성과였다. 그러나 기초원천기술보다는 IT839 등 응용산업부문에 집중했던 점, 황우석 교수 사태로 이어지는 과학기술계의 도덕성 논란, 부처별 연구개발 주도권 다툼 등은 흠으로 지적된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