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이 악화된 무역수지 적자의 대책 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 유지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IT 제조업마저도 수지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에서의 역수입 확대, 대일본 부품·소재의 의존도 심화에 따른 한국 IT산업의 체질적 위험성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높다.
4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메모리반도체·소형 LCD패널, 실리콘웨이퍼·2차 전지 등 주요 전자 부품·재료 수입이 급증하면서 그나마 완제품(세트) 수출로 버텨온 국내 IT 제조업 무역 수지를 급격하게 경색시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IT 제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어난 데 그친 반면에 수입은 같은 기간 24.9%나 급증했다. 대중국 2대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와 LCD 패널의 수출입 성적만 비교하더라도 수지 악화 징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대중국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39.7%나 급감했다. LCD패널 수출도 전년 대비 48.6% 증가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 기간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메모리반도체와 LCD패널의 수입 증가율은 각각 165.4%와 38.6%에 이르렀다. <표참조>
대일본 수출도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1월 적자 규모 또한 전년 대비 34%나 급증한 3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가파르게 는 품목은 센서·실리콘웨이퍼·2차전지 등이다. 사실상 IT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해 주고 있다.
반도체·태양전지 등에 쓰이는 핵심 품목인 실리콘웨이퍼는 1월 한달간 일본에서 수입한 금액이 무려 1억5000만달러어치에 육박한다. 우리나라가 같은 기간 일본에 수출한 휴대폰 및 관련 부품을 모두 합한 금액의 3배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기 악화 전망에 따라 한국산 IT제품 수출이 급속 감소한 점도 악재다. 지난달 대미 IT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나 감소한 12억5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 기간 대미 무역수지는 5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 확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입이 17.6%나 감소한 결과다.
김성진 산자부 디지털융합산업팀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의 수출 부진과 수지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유럽과 신흥시장으로 IT 수출이 견고하게 느는 게 전체 무역수지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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