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도 부도 날 수 있다. 작년 6월 전국에서 공사규모가 50위권인 중견 건설기업이 11억원 정도의 어음을 변제하지 못하여 부도를 내었다. 이 기업은 2006년도 4687억원의 매출과 2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흑자기업이었다. 이와 같이 흑자를 내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도가 된 경우를 흑자부도, 또는 흑자도산이라고 한다.
◇흑자를 내도 도산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기업이 극도로 부실해진 경우 도산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부도기업들은 상환하여야 할 부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보다 더 많은 상태, 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기업들이다. 그런데,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판매대금이 회수되지 못하여 이익이 나는 기업들이 부도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기업에 투자된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현금이 부족하여 만기에 이른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부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흑자도산이라고 하는데, 기업이 부채보다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당장 부채를 상환할 현금이 부족하여 부도에 이르는 경우를 말한다.
회계상 수익, 비용과 현금흐름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기업의 유동성 관리자는 손익계산서 상에서 이익이 나타난다고 하여 항상 유동성이 높은 것은 아님에 주의하여야 한다.
◇유동성이 높은 기업은 수익성이 낮다=유동성(liquidity)과 수익성(profitability)간에도 상충 관계가 존재한다. 기업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면 유동성이 높아 부도의 위험이 낮다. 그러나 현금은 수익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유휴자금을 많이 보유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진다. 반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대부분 투자한다면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어음 또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
역으로 기업에서 수익성이 좋으면 유동성이 좋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반대는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유동성에만 신경을 쓰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것을 유동성과 수익성 간의 상충관계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어음 또는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을 유지하되, 나머지는 수익성 있는 곳에 투자하여 유동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pcho@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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