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LCD 산업을 바짝 추격해온 세계 3위 LCD 패널업체 대만 AUO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LG필립스LCD(LPL)를 따돌리고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패널 출하면적과 매출액에도 2위인 LPL을 앞섰으며 그동안 상대적 약세였던 TV 패널 판매비중도 상승해 국내 LCD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AUO는 30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555억9500만대만달러(4조5500억원 상당)에 영업이익 347억8100만대만달러(약 1조177억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AUO의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9700억원과 8690억원에 그친 삼성전자, LPL을 누르고 1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업이익률도 22.4%로 각각 20.5%에 그친 삼성전자·LPL보다 높았다. 특히 4조5500억원에 달하는 분기 매출액은 부동의 2위였던 LPL의 3조3220억원보다 많았으며, 출하면적도 344만㎡로 340㎡에 그친 LPL을 사상 처음 추월했다. 평방미터당 평균판가(ASP)는 1387달러로 역시 1375달러에 그친 LPL보다 높았다.
◆뉴스의 눈
AOU가 삼성전자·LPL을 제치고 지난 4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의 호황세에 가장 큰 수혜를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06년 큐디아이를 합병한 뒤 본격적인 물량 경쟁에 나서면서 그동안 강세를 보여왔던 IT용 패널 외에 TV 패널 판매량도 늘어나 매출구조가 고도화했다. 그동안 AUO가 국내 업계를 바짝 추격해온 데서 나아가 이제 눈앞에서 위협하는 태세다.
배경은 무엇보다 유니팩·큐디아이 등을 합병하면서 불린 ‘규모의 경제’가 본격 가시화했다는 분석이다. 소현철 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 회사들의 양산 체계가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6세대와 7세대 대형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 전체 매출에서 42%에 그쳤던 TV용 패널 판매비중도 4분기에는 47%로 급증, 수익구조를 더욱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다만 삼성전자·LPL을 앞선 이익률은 AUO가 상대적으로 감가상각을 덜 반영한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PL과 삼성전자가 각각 4년, 5년의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반면에 AUO는 6년에 걸쳐 반영한다. 영업이익률은 앞서지만 객관적인 수익성 지표인 에비타 이윤이 35%대로 삼성전자·LPL에 뒤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장은 AUO의 실적 호조가 두드러지지만 앞으로도 위세를 이어갈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LPL이 8세대 투자에 앞서면서 대형 패널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향후 패널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AUO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승범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선진국을 비롯해 신흥시장까지 확산되면 AUO가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의주시하는 국내 업계도 아직은 큰 위협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LPL 고위 관계자는 “물량 경쟁에서 앞선 AUO가 전반적인 시장 호황의 효과를 더 본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국내 업계는 TV용 대형 패널 등 사업구조를 이미 빠르게 고도화해 긴장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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