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미국이 넘고 돈은 LG가 챙긴다’
LG전자가 디지털TV 업계의 ‘퀄컴’으로 떠올랐다. 퀄컴이 휴대폰 핵심 칩으로 엄청난 로열티를 벌어들이듯이 디지털TV 원천기술을 확보한 LG전자도 지난 2006년부터 셋톱박스나 디지털TV 시장에서 상당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있다.
27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1995년 미국·캐나다 등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당시 5억 달러를 들여 디지털TV 원천기술 ‘VSB’를 보유한 미국 자회사 제니스(Zenith)를 통해 지난해 로열티로 6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06년 2000만달러, 지난해 6000만달러에 이어 올해 미국 셋톱박스·디지털TV 시장이 예상대로 성장해 줄 경우 원천기술을 가진 100% 자회사 제니스를 통해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1억 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미국이 2009년 2월17일부터 세계 처음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면서 셋톱박스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여 로열티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업체든 셋톱박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니스의 원천 기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방송국이 아날로그 신호를 내보내지 않게 되면 미국의 약 6000만∼7000만 대의 아날로그 TV는 디지털 신호를 받기 위해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미국 내 모든 가구의 디지털TV 전환을 위해 약 15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셋톱박스와 디지털TV 시장이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미국은 지난 98년 LG전자와 제니스의 디지털방송 기술 VSB를 통해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다. 디지털TV를 판매하는 제조사들이 LG전자와 제니스가 소속된 ATSC풀에 로열티를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ATSC풀은 셋톱박스·TV업체에 원천기술 제공 대가로 1대당 5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 예상대로 올해 미국에서 3000만대의 셋톱박스가 팔린다면 1000억원이 넘는 돈이 LG전자로 들어온다.
LG전자 관계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와 의회 등에 지속적으로 디지털TV 전환 방안을 제출하고 개발 업무를 진행하는 등 미국 TV 정책수립에 기여한다”며 “LG전자의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미국의 아날로그 방송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종료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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