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반도체 미래` 여전히 밝다

 아침에 일어나서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의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등 많은 도구는 이미 반도체 부품이 없이는 만들 수 없고 직장에 몰고 가는 차, 직장에서 쓰는 컴퓨터와 전화 등 일일이 다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300조원 시장에 육박하며 세계 3대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서도 이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 10위권 내의 반도체 업체로 성장했으며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반도체가 1위다.

해가 갈수록 반도체 산업도 고도화돼서 팹(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비용은 이미 4∼5조원을 넘어선다고 하며 이미 많은 반도체 회사들이 공장을 짓는 것을 포기하고 팹리스 형태로 가고 있다. 32나노 공정과 450mm 웨이퍼를 쓰면 전 세계에 팹은 7개면 충분할 것이라는 얘기조차 나오고 있으니 세계 10위권내의 거대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 제품의 제조뿐 아니라 설계 작업도 거대해져서 이미 많은 프로젝트에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반도체 산업 이전의 첨단 산업이었던 철도산업이나 철강산업에서 보았듯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미국 반도체 협회의 예측에 따르면 향후 3년간의 반도체 성장률은 7%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15%, 20% 성장률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고 저성장에 따른 많은 구조조정과 M&A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재들의 선택도 예외가 아니어서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고 이끌었던 벨 연구소가 예전의 명성을 잃은 것은 이미 옛날 일이고 미국이나 한국 같은 반도체 강국에서는 인재들이 공과대학을 외면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공학을 공부한 인재들의 선택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순위다.

그렇지만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아직도 어둡지 않고 많은 새로운 도전이 반도체 기술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첫째로 무어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반도체 산업의 발달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 빠르고 용량이 큰 반도체가 계속 새로 나오고 있고 최신 소프트웨어는 새롭고 더 큰 용량의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 ‘세계 최대의 메모리 회사인 삼성전자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던진 농담 섞인 질문에 답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었다. 매번 새로운 운용체계가 나올 때마다 이전보다 두 배의 메모리를 요구하는데 어찌 종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의 혁명들이 가속화될수록 더 빠르고 큰 용량들의 반도체들이 필요해진다.

둘째로 아직도 많은 새로운 분야가 열리고 있다. 다 죽은 것만 같았던 IBM의 반도체 부문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게임기산업 덕택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IBM이 소니·도시바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 3 게임기를 위해 개발한 셀 프로세서는 계산 용량이 테라플롭에 달하는데 이는 10년 전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와 그 성능이 비슷하다. 전 세계를 바꾸고 있는 모바일 혁명은 80년대와 90년대의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개인용 컴퓨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 에너지 위기가 닥쳐오면서 기존의 낮은 효율의 반도체들을 대체해야 한다. 2007년 실리콘 밸리의 임베디드 시스템 학회의 기조 연설자는 노벨상 수상자 앨 고어였다.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존 전자 제품의 낮은 효율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구조의 반도체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탄소 튜브, 나노 와이어, 양자 컴퓨터등이 지금까지 실리콘 반도체가 이끌어 온 혁명을 대신 이끌면서 반도체 산업의 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오관석 kwan.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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