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PTV]IPTV, 컨버전스 시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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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PC를 기반으로 하고 셋톱박스를 활용한 인터넷TV가 등장했다. 디지털방송이 막 시작되고 HDTV가 개발돼 막 보급돼던 시기였다. 콘텐츠 제공자와 시청자가 인터넷으로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주고받는 양방향(인터랙티브) TV 개념이었다. ‘양방향’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시청자가 TV를 보다 관심이 가는 제품을 클릭하면 관련 정보가 화면 한편에 뜨고 이를 검색한 후 곧바로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 ‘t커머스’도 이때 나왔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TV가 풀어준다. 물론 인터넷 검색은 기본이다.

 하지만 당시의 인터넷TV는 틈새시장이었다. 제한이 너무 많았다. TV로 뿌려줄 디지털 콘텐츠가 너무 적었고 t커머스를 실현할 준비도 되지 않았다. 인터넷 속도는 동영상까지 감당하기 힘들었고 사업자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중소기업이었다. 상당한 액수의 투자를 유치해 나름대로는 든든한 자금력을 갖추기도 했지만 몇 년간 버티며 자리를 잡을 수 있기까지 기다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당시 사업자는 하나 둘 문을 닫고 말았다.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했던 인터넷TV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사라져 갔다.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이 IPTV다. 인터넷TV와의 차이점이라면 인터넷 대신 인터넷프로토콜(IP)이라고 좀 더 기술적으로 풀어 쓴 용어뿐이다. 양방향성이라든가 이를 통해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IPTV는 과거의 인터넷TV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지난 10년간 주변 환경이 크게 변했다. 인터넷망이 100MB급으로 빠르게 교체되면서 속도 문제가 사라졌다. 인터넷 서비스는 발전할 만큼 발전했고 디지털 콘텐츠는 넘쳐난다. 사업자 규모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사업자 대부분이 인터넷 인프라인 네트워크망을 보유한 통신사업자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업 모델과 서비스 방법·인프라 등 제반 여건도 다양한 각도에서 검증을 거치며 진화했다.

 더구나 수년간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법’ 문제도 풀려 실시간 방송콘텐츠 제공이 가능해졌다. 시행령 제정만 남겨두고 있다. 사업자의 각오도 남다르다. 각기 올해를 IPTV사업 활성화 원년으로 삼아 공격적인 보급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만 총 200만 가입자를 유치해 연말까지는 300만 가구에서 IP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바야흐로 통신·방송 융합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IPTV는 융합 가속화할 견인차=IPTV는 확장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융합상품이다. 단순한 인터넷과 TV의 결합이 아니라 통신과 방송을 하나로 묶어주는 융합의 첨병이다. 콘텐츠와 서비스가 TV 수상기로 모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중간 통로인 네트워크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통신과 방송의 산업간 경계를 무너뜨린다. 네트워크 구성이 All-IP 기반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꿈꿔온 광대역통합망(BcN)의 기반 인프라가 조성된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기구까지 하나로 묶어줄 예정이다. IPTV는 바로 최근 전 세계를 후끈 달구고 있는 융합시장의 가이드라인이자 이정표인 셈이다.

 IPTV는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통합커뮤니케이션(UC)과도 맥을 같이한다. UC는 IP텔레포니·통합메시징·e메일·음성·영상·웹 콘퍼런싱·인스턴트 메시지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통합한 것. 개인 및 그룹·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IPTV는 가장 선도적인 UC 모델이다.

 ◇엄청난 파급효과=IPTV는 수조원에 이르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콘텐츠 제작사에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들어줌으로써 콘텐츠의 가치가 한층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무료로 쏘아주던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에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사업자 간 협의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줄잡아 수백억원대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최신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철지난 영상물도 새로운 가치를 지닌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영상물은 롱테일 비즈니스의 대표 상품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준비가 한창인 KT 관계자도 “PP가 가격을 너무 높게들 불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케이블TV에만 공급할 때는 채널만 잘 배정해 줘도 흐뭇해하던 PP가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가입자 단말에서부터 IPTV 서비스를 가능케 해 줄 네트워크망 업그레이드 수요도 수천억원대의 관련 장비 특수를 가져올 전망이다. 셋톱박스 수요만해도 올해 최소 200만대에 이른다. 또 기존 다운로드 방식에서 실시간 방송이 가능해지면서 100만대에 달하는 교체 수요도 기대된다. 셋톱박스 가격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당 13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게는 2600억원에서 많게는 39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다.

 여기에 사업자에서부터 가입자까지 콘텐츠를 전송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인증과 빌링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서버와 라우터 및 스위치 등에 대한 수요도 만만치 않다. KT와 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 주요 사업자는 올해 IPTV 관련 부문에 총 1조3000억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IPTV 관련 장비 시장이 어느정도나 될지 가늠케 해주는 자료다.

 ◇디지털TV와의 경쟁=IPTV 법제화가 진행되면서 방송위와 케이블TV 사업자의 반발이 거셌다. IPTV는 기존 디지털케이블TV와 가입자를 놓고 다퉈야 하는 강력한 경쟁상대인데 양측을 대하는 규제 정책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IPTV와 디지털케이블TV는 통신 혹은 방송을 기반으로 하는지와 비디오 전달과정 등 기술적인 차이점이 존재할 뿐이다. 실제로 시청자에게 보이는 서비스는 전화와 인터넷·비디오 등으로 동일하다.

 상대적으로 디지털케이블TV가 사업자 규모 면에서나 서비스 권역 면에서 IPTV에 비해서는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도 1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IPTV 가입자가 지난해 말 100만을 넘어선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래저래 올해는 IPTV를 둘러싼 사업자간 및 디지털케이블TV 진영과의 시장 쟁탈전이 볼 만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