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 산업교육의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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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국내 산업교육 업계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이엔터가 60년 역사의 세계적 교육박람회인 ASTD(American Society for Training & Development)에 참여했다. ASTD 참가는 아이엔터에 커다란 기회가 된 동시에 세계 산업교육계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산업교육계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미국 기업도 새로운 이론이나 콘텐츠를 발견할 수 없었던 반면에 아이엔터의 HRD시스템 ‘인키움’은 각국의 관람자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교육이 더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학습자 외에도 강사와 교육기관, 학습을 지원하는 기업, 정부정책의 추진자 모두가 이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이들이 엇박자를 낼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선 배움의 주체인 학습자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다. 조직원은 획득한 지식을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재생산할 의무를 가진다. 여기에 평범한 비기(秘技)를 하나 소개하겠다. 바로 지식재생산지수 KRI(Knowledge Reproduction Index)다. KRI는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업무로 연결해 올린 부가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교육 후 얼마만큼 돈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된다.

 둘째 강사들의 변화다. 산업교육계에서 활동하는 강사 수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이들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이쯤에서 강사는 본인의 강의 품질 대비 몸값이 합리적인지 되짚어 보기를 권한다. 온라인 기반의 웹2.0 시대에 강사들은 자신이 전파하는 지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는 교육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산업교육기관의 변화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빠른 도구며 사람의 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당장의 교육상품을 팔기 위해 급급하거나 컨설팅의 결과라며 두툼한 책 한 권을 주며 일어서는 교육기관을 보면 안타깝다. 교육기관도 이제 고객인 기업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반자적 시각에서 고민해야 한다.

 넷째는 학습을 지원하는 기업의 변화다. 훌륭한 기업의 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인재경영’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사=요직, 교육=한직’이라는 인식이 많다. 교육을 경영과 연계되는 핵심역량의 확보보다는 유행을 추종하거나 교육실적 등 양적 목표만 달성하려 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HRD 부서가 경영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경영전략 전반에 걸친 조언자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경영자의 고민을 읽고 사람 중심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철저한 분석을 통해 조직원이 갖춰야 할 역량을 모델링하고 그에 맞는 양성체계를 수립해 효율적 학습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산업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행정기관의 변화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아직도 정해진 장소·기간·강사에 의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는 교육업종이 입주하기 어렵다. 교육이라고 하면 수강자들의 출석부터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고를 바탕으로 규제가 이루어진다. 한국 산업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이제 정부의 사고와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질적 향상을 위해, 또 교육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행정적인 제도나 절차가 적합한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의견을 수렴하는 채널을 새로 확보하거나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연간 3조원에 이르는 교육비를 투자하면서 아직까지도 미국 등에 교육의 적지 않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제 산업교육에도 IT가 접목되면서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오늘의 얘기가 한 개인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조재천 아이엔터 사장 ceo@i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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