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지식기반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기존 산업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문화기술(CT)이다. 문화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아이템으로 부각하면서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은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심지어 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속속 채택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문화산업 규모는 2003년 1조달러를 넘은 데 이어 매년 5%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우리도 지난 2001년 8월 CT를 정보기술(IT)·바이오(BT)·환경(ET)·위성(ST)·나노(NT)와 함께 6대 국가 핵심기술에 선정한 데 이어 2003년 8월에는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이는 영화·음악·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 같은 CT가 문화산업 발전뿐 아니라 수출산업으로 국부 창출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통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낮아 게임엔진이나 3차원 애니메이션 제작 툴 같은 CT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이는 현재의 CT 연구개발(R&D) 비용이 턱없이 낮은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문화부에 따르면 CT분야 R&D 예산은 최근 몇 년간 전체 국가 R&D 예산의 1% 수준에서 맴돌았다. 2005년에는 8조7000억여원의 전체 국가 R&D 예산 중 CT는 이의 1% 정도인 876억원에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최근 수년간 CT 분야 R&D 예산은 전체 국가 R&D 예산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른 신성장산업과 비교하면 CT 분야 예산이 얼마나 적은지 확연히 나타난다. CT가 1% 안팎인 데 비해 R&D 예산이 가장 많은 IT는 36%, BT도 27%, ET와 ST도 각각 각각 17%와 11%에 달했다. IT와 비교하면 CT가 무려 30배나 적은 것이다. 이처럼 예산이 미약하다 보니 CT를 전담할 기관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IT와 NT 등은 정보통신연구진흥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같은 나름대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담 연구기관이 있지만 CT는 콘텐츠진흥원이 그나마 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CT 기반 기술을 문화콘텐츠와 접목한 융합 기술을 원하고 있지만 이의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95개 CT 연관 개발 기술 중 실제로 CT에서 사용한 기술은 6개에 그쳤다고 한다. CT 중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고 알려진 온라인게임도 점차 자체 R&D 능력 부족으로 해외기술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는 추세다. CT가 미래의 차세대 먹거리가 맞다면 지금과 같은 쥐꼬리만 한 R&D 비용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상용화의 근간이자 출발점인 R&D부터 선진국에 뒤지는데 어떻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CT 강국이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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