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이야기 중에 ‘대장금’의 중요한 일화 몇 개를 놓친 것을 깨닫고 방송사 사이트에 들어가 한 달 콘텐츠 이용권을 구매했다. 원하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동안 못 봤던 다른 재미있는 프로그램까지 가족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 실속이 만점이었다. 집사람과 함께 다른 걸 더 보려고 방송사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기간이 만료돼 다시 연장신청을 해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잠시 고민했다. 영구 보관할 수 있는 DVD를 구매해서 소장을 할지, 아니면 필요할 때 이용하고 덤으로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이용권을 구매할지를 고심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문득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인 서포트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드웨어는 DVD처럼 구매해 소장하는 개념이라면,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구매한 기간 동안 이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 서포트 서비스로써 특정기간 동안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최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이용권과 서포트 서비스를 구매하게 되면 사용하던 하드웨어가 바뀌어도 사용 권한은 승계되고, 새로운 버전의 제품이 나와도 추가 비용 없이 무료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업계에서는 서포트 서비스라고 하면 으레 기존의 하드웨어를 고장 없이 운용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더 나은 기종 및 더 높은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드웨어 비즈니스는 일반 소모품과 같다. 서버를 구매한 기업은 매년 서포트 서비스 비용을 치르며 제품이 다운되거나 문제 발생 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서포트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또 필요할 때 업그레이드해야 가치를 발휘하는 일종의 서비스 속성이 핵심인 제품이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포함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유지보수를 받게 되면 고객은 소프트웨어의 다음 버전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한 번 구매한 하드웨어를 3∼5년이 지난 다음 더 나은 기종, 더 높은 사양의 신제품으로 바꿔야만 최신 성능을 갖출 수 있는 하드웨어 업계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 서포트 서비스란 소프트웨어라는 물건을 구매하고 그에 대한 서포트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구매하고 매년 그 사용 권한을 갱신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사용권을 구매하고 매년 서포트 서비스 계약으로 해당 사용권을 갱신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사용 권한이 유지되고 추가 비용 없이 새로운 버전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도 소프트웨어 업체가 고객에게 정당한 서포트 서비스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서포트 서비스가 라이선스의 사용료라기보다는 구매에 따른 ‘서비스’라는 것이 한국 사회의 암묵적인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은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평균 20% 수준에서 서포트 서비스 계약을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서포트 서비스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인 서포트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가 책정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벤더는 일련의 서포트 서비스 사용료 정상화 움직임을 통해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보장되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당한 수준의 서포트 서비스 사용료는 업체를 위한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들이 향상된 수준의 서포트 서비스를 제공받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는 e비즈니스를 이끄는 최우선 인프라스트럭처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서포트 서비스해야 할 부문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기업들의 변화는 IT뿐 아니라 전체 산업 관점에서 보더라도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앞으로 이 같은 기조만 잘 유지된다면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은 순풍에 돛 단 듯 안정적인 성장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표삼수 한국오라클사장 samsoo.pyo@orac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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