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라는 작은 새가 있다. 깃털과 꽁지 등에 갈색·흰색·밤색이 어우러졌고, 편 날개 길이가 6㎝ 안팎이며, 꽁지가 9㎝ 정도여서 언뜻 보면 참새다.
이처럼 작은 새는 아주 작은 사회(집단)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며 번식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동물생태학자인 아모츠 자하비 박사팀의 관찰 결과에 따르면 ‘아라비아 노래꼬리치레’(Arabaian babbler)는 작은 사회를 이루고는 천적인 매라도 나타나면 ‘위험하다’고 친구들에게 서로 알리고 먹이를 나눠가며 산다.
특히 이 노래꼬리치레는 친구를 위해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보초 서는 일을 서로 맡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또 친구에게 먹이를 나눠줌으로써 ‘내가 너보다 서열이 높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듯하다는 게 자하비 박사팀의 해석이다.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보초를 서는 것은 스스로 천적(매)에 노출되는 행위다. 노래꼬리치레가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내걸어가며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하비 박사팀은 ‘진정 우월한 개체만이 많은 비용(위험감수·먹이양보 등)을 들여 우월성을 널리 알릴 수 있고, 이로써 짝을 유혹하는 등 성공을 산다’고 풀어냈다.
대선이 끝난 뒤 여기저기서 노래꼬리치레 울음소리가 들린다. 각자 속한 무리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를 이미 꿰찼거나 꿰차고픈 울음소리가 분출하는 것이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하고픈 교수, 국무위원이 되고픈 공무원, 4월 총선에 나가고픈 정치인 등 울음소리가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그런데 세상 어디에나 IT가 스며드는 지금, IT를 위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이는 과연 누구일까. 어떤 이는 자신을 스스로 내세우고, 어떤 이는 자타의 인정을 받기도 하던데 도대체 누가 더 힘차고 또렷한 울음소리를 낼지는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이다. 가장 높은 가지에서 울음소리가 더 멀리 퍼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높은 나뭇가지에 욕심을 내고, 너무 크게 울며, 너무 크게 꽁지를 흔들면 오히려 천적의 눈에 쉽게 띄고 거리도 가까워진다는 것 유념하시기를!
이은용 정책팀차장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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