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단말용 SW 플랫폼 표준 위피(WIPI) 규격이 처음 발표된 지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2002년 초부터 WIPI 개발에 참여해 WIPI 관련 크고 작은 이슈를 옆에서 보거나 직접 겪어왔다. 이 중 최근 자바 라이선스 논란을 지켜보면서 WIPI 규격을 개발하는 위치에서 이 부분에 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함을 느꼈다.
WIPI는 직접 사용자인 이동통신 3사의 요구 사항에 기반을 두고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국내업체는 C언어뿐만 아니라 자바언어가 휴대폰에서 널리 확산돼 쓰일 것으로 예견했다. 이 때문에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해 C언어와 함께 자바언어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서 C언어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면 현재와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바가 70% 이상의 전 세계 휴대폰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이러한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실 WIPI 개발 시점에 이미 대부분의 국내 업체는 해외 수출이나 다운로드 콘텐츠 서비스를 위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자바 라이선스 계약을 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자바언어를 사용하되 규격을 자체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JCP의 표준 규격을 사용할 것인지에 있었다.
한국무선인터넷포럼(KWISF)에서는 WIPI 개발 초기 JCP 표준이 국내업체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으므로 WIPI 1.0에서는 우선 자체 규격을 만들고 차후에 JCP 및 선마이크로와 협력해 JCP 표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정했다. 이는 독자 표준만 고집하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환성 결여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자바언어를 모바일기기에서 사용할 때에는 선마이크로와 라이선스 계약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람은 자바언어를 C언어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여기에 큰 차이점이 있다. 우리가 JCP의 자바 규격을 사용할 것인지에 관계없이 자바언어의 사용만으로도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WIPI에서 JCP 표준 채택으로 인해 라이선스 비용으로 이통사가 연간 수백억원을 치른다는 얘기가 항간에 나온다. 그러나 단순히 계산해도 우리나라에서 연간 1000만대의 휴대폰이 생산되고 이 신규 단말에 모두 WIPI가 탑재된다고 해도 대당 평균 300원으로 로열티를 계산하면 30억원 규모가 된다. 이는 이통사별로 1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 비용이 많고 적음은 이를 치르고 얻는 것에 따라 평가돼야 할 것이다.
우리도 단순히 해외 기술에 주는 로열티를 무서워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이제는 글로벌 표준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여기에는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함께 글로벌 표준에 우리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만큼 관련업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라이선스 계약의 협상력은 관련 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금이라도 로열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월 28일 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WIPI 발전전략’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향후 설립 예정인 ‘위피활성화재단’은 각계 업체가 모여 여러 가지 발전 전략을 모색해 볼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WIPI 라이선스 문제도 이 재단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훨씬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기술이나 제품의 경쟁력이 그렇듯이 WIPI의 경쟁력도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주변의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에 달려 있다. 바로 WIPI에 많은 관심과 애정 어린 비판이 필요한 시기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임베디드SW연구단장 hnk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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