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의 국어정보화-세종계획](중)내팽개쳐진 정보화

 (중) 내팽개쳐진 정보화

“세종계획은 많은 연구 인력이 사명감을 갖고 참여했습니다. 지속적인 국어정보화 사업을 위해서는 중심 조직이 절실히 필요한데, 과연 사업을 주도할 조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11일 열렸던 세종계획 성과 발표회에서 박동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중심 조직의 부재를 이렇게 지적했다.

실제, 2004년 11월 문화부 직제 개정에 따라 국어정책과의 기능이 국립국어원으로 이관되면서, 국립국어원이 예산과 정책에 관한 모든 책임을 맡게 됐다. 그 전까지 문화부와 국립국어원이 동시에 진행해오던 사업이 2004년부터 국립국어원이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사업 3단계로 접어든 2004년부터 세종계획 예산은 계속 깎였다. 워낙 방대한 사업이라 속사정이 많았겠지만, 누가 봐도 ‘명실상부한 어문 정책 기관’으로 거듭난다던 국립국어원의 정책 기능이 후퇴를 거듭하는 모양새를 면키 어렵게 됐다.

홍윤표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부족한 예산 탓에 전자사전 등을 만들 때 당초 계획한 어휘 수 만큼 구축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할 정도.

이에 대해 문화부 문화정책국 이철운 사무관은 “사업 마무리 단계여서 예산을 거의 다 썼기 때문이지 다른 뜻은 없다”며 “세종계획은 국립국어원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며 예산 등에 문화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어국립원은 문화부가 내몰라라 하는 세종계획 후속사업(어휘 의미망 구축 등)을 위해 기획예산처에 수억원 규모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어국립원 측은 “공공기관마다 자기 사업이 다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 예산처를 설득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예산 부처의 정보화 인식이 낮아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설사 예산을 받더라도 국립국어원은 후속사업을 추진할 인력도 없다. 현재 국립국어원의 정보화 인력은 팀장까지 합쳐 5명. 세종계획만을 전담하는 직원 1명이 교수·연구원·석박사 인력 연간 200∼300명이 참여하는 방대한 사업을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국립국어원의 국어정보화 기획능력은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사업에 참여한 한 교수는 “세종계획의 3대 핵심 사업인 △전자사전 △말뭉치 구축 △한민족언어정보화 사업은 서로 유기적인 사업”이라며 “국립국어원에서 이 세 가지 구슬을 꿰내어 시너지를 낼 기획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심각하게 자문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이 사업을 지켜보면서 절감했던 것은 사업에 필요한 정보화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10년간 노력한 시간과 노력이 우리나라 정보화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문화부가 나서야 하지만 이 설득작업마저 국어국립원의 몫인게 현실이다. 한재영 한신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국어 정책관련 사업을 맡아야 하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항상 국립국어원이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국어학자 사이에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의 지원 역할은 어디에도 없다.

국어 대계를 수립하는 곳이라고 하는 국립국어원이 국어정보화를 위한 비빌 언덕은 없는 셈이다.

류현정기자·이수운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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