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인터넷이 폭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와 UCC 등이 일부 관심을 끌긴 했지만 ‘넷심’이 주도하기보다는 각 후보 캠프가 벌이는 수많은 유세 수단 중 하나에 머무르는 양상이다. 마지막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 대선 후보의 사이버 유세 현장을 점검했다.
인터넷 정치와 인터넷 여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17대 대통령 선거전. 그러나 각 후보를 직접 쫒아다니며 생생한 현장감을 그대로 전달하는 ‘동행 블로거’의 활동은 블로그 네트워크 공간인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동행블로거는 올해 대선을 통해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침체된 인터넷 여론 시장에서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선 등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동행블로거의 활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매김할 전망이다.
◇동행 블로거 등 새 현상=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동영, 이명박 등 각 후보 동행 블로그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이 블로그 개설자들은 각 후보 일정을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면서 후보가 참가한 행사 내용이나 발언 등을 정리해 지속적으로 포스팅한다. 각종 정책과 관련한 비판 및 의견도 자유롭게 개진한다.
지난 10월 만들어진 김봉간(29)씨의 문국현 후보 동행 블로그 ‘플라이투더 문’(flytothemoon.kr)이 첫 사례다. 이후 김대선씨의 정동영 후보 동행 블로그 ‘길.끝.길.시’(dyrang.net), 이두호씨와 웹디자이너 허철회씨가 공동 운영하는 이명박 후보 동행 블로그 ‘블루드림’(bluedream.tistory.com)도 잇따라 만들어졌다. ‘다른’이라는 여성 블로거가 운영하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동행 블로그 ‘다른, 길’(www.beautifulroad.kr)도 유명하다.
후보와 동행하지 않더라도 각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블로그도 늘어났다. 14일 현재 블로그 전문 검색 서비스 ‘나루(naaroo.com)’에서는 제목에 ‘이명박’이 포함된 블로그 수백개가 검색된다.
◇‘넷심’ 주요 변수로 등장=이들 블로거의 특성은 블로그라는 1인 미디어를 통해 직접 정치적 의견을 표출한다는 점. 인터넷으로 뉴스, 문서 등을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정책 비판 및 제언을 내놓는다. 트랙백 등을 통해 성향이 다른 블로거와 설전을 펼치거나 같은 의견을 가진 블로거와 소통하고 느슨한 연대를 형성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로그 글은 짧은 글로 감정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 댓글보다 논리적인 경우가 많은데다 블로그라는 플랫폼 자체가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전제하기 때문에 인터넷 여론 향방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각 캠프들도 블로거 관리에 팔을 걷었다. 군소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TV 노출 기회 등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다. 권영길, 문국현 후보가 9월과 10월 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정동영 후보도 블로거 간담회를 가졌다. 이명박 후보 측은 지난주 1000여 명의 지지 블로거로 짜인 경제 메타블로그를 열었다. 권영길 후보는 간담회 당시 “일반 블로거도 기존 매체 기자와 동일하게 대우하겠다”고 말했으며, 문국현 후보는 “기존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생각을 일반인에게 전할 수 있는 간담회”라고 말했다. 신문, 방송 등의 기존매체로 부터 유력 후보에 비해 소외됐다고 느끼는 후보들일 수록 블로그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전체 블로고스피어 확대는 ‘저조’=생각보다 후보들의 블로고스피어 활동은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한다. 사회 이슈가 인터넷에서 논의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일이 지난 2002년에 비해 저조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 초부터 5년 만의 ‘빅 이벤트’인 대선이 폭발적인 한국어 블로고스피어 성장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이전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블로그에 각종 정치 관련 글이나 동영상 UCC를 게재했던 1000여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경찰 조사를 받고, 12일엔 한나라당이 박영선 의원의 이명박 후보 인터뷰 동영상을 유통시킨 일반 블로거 및 인터넷 사용자를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당초 예상만큼 블로고스피어에서 정치 관련 논의가 늘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유명 블로거인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대선과 관련해서 기대됐던 특별한 블로고스피어의 확대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 수사의뢰가 한국 블로고스피어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기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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