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터디지털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패소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삼성 휴대폰에 사용한 일부 기술이 인터디지털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삼성은 이번 결과에 불복해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나 노키아 패소 선례에 비춰 볼 때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산업계에서 특허 시비는 비일비재하다. 전 세계 기술 강자가 모두 모이는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게 특허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판결이 눈길을 끄는 배경은 법정에서 만난 삼성과 인터디지털이라는 기업 때문이다. 삼성은 특허 관리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은 특허 등록 면에서 수년 동안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 IBM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에 다소 무감한 국내 기업 중에서 드물게 특허에 신경 쓰는 기업이다.
소송에서 승소한 인터디지털은 어떤가. 인터디지털은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알려져 있다. 저평가된 특허를 사들인 후 무작위로 소송을 벌여 수익을 챙기는 우리 상식으로는 좀 ‘불량한’ 기업이다. 비즈니스 방식도 기본 상도의에 어긋난다. 특허를 확보하는 목적이 다른 ‘우량한’ 기업처럼 상품화나 시장 개척 때문이 아닌 오직 ‘돈’ 때문이다. 헐값에 특허 권리를 얻고 소송으로 거액의 로열티와 합의금을 받아낸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이들만큼 확실한 비즈니스도 없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가격이 날로 떨어지는 IT 업계에서 라이선스 사업은 그야말로 ‘노다지’를 캐는 모델이다. 운영·생산 인력도 필요 없고 생산 원가도 ‘제로’에 가깝다. 지금은 특허 괴물이라고 비난하지만 언젠가는 가장 매력 있는 사업으로 떠오를지 모른다.
삼성 사례에서 보듯이 ‘특허 관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현실이다. 개발 인력을 줄이더라도 특허 인력은 오히려 늘려 가는 게 보이지 않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량과 불량 기업의 기준은 오직 결과가 말해 줄 뿐이다. 특허 전쟁터에는 마케팅과 영업, 시장처럼 ‘2등’이 없다. 지거나 이겨야 한다. 이긴 기업이 결국 우량 기업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강병준기자 <글로벌팀>@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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