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카오에서 열린 이동통신 세미나 ‘GSMA 모바일 아시아 콩그레스’에 음반업계 대표로 참석한 에드가 브론프먼 워너뮤직 CEO는 행사장에 모인 수많은 청중 앞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지금껏 콘텐츠(음악)만 완벽하면 언제까지나 잘 팔릴 줄 믿고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요구에 등을 돌린 것이 실수”라며 오늘날 음반 시장 불황은 음반업체들이 자초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모바일 음악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이동통신 업체들이 제발 우리(음반업체)를 도와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세계 4대 음반업체 CEO의 이같은 ‘몸 낮추기’는 1998년 MP3 파일공유 사이트 냅스터와 저작권 분쟁을 치른 지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음반업계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일단이다.
전 세계 음악시장 규모는 7년 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왔고 CD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음반매장이 속출하고 있다. 대신 아이튠스를 비롯한 온라인 음악 사이트가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전체 음악 시장 매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 CD 매출 감소로 인한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불황의 탈출구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지난해 일본에서는 온라인 음악 매출이 사상 처음 CD 매출을 앞질러 전체 음악시장이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음악 매출의 상당 부분이 휴대폰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세 이상 일본 인구 대다수가 휴대폰을 보유한 일본은 우리나라와 함께 모바일 멀티미디어 시장이 가장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다른 나라도 규모는 일본이나 한국에 못미치지만 모바일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가 서서히 태동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최근 노키아·애플·옴니폰 3개 업체가 거의 동시에 모바일 음악 서비스를 내놓고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동통신 업체 O2와 손잡고 영국에서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은 아이튠스와 아이폰을 연계한 모바일 음악 서비스를 선보였다. 노키아도 유니버설뮤직과 손잡고 이와 유사한 ‘뮤직스토어’ 서비스로 맞불을 놓았다.
애플과 노키아는 모두 곡당 79∼99센트를 지불하면 한번 내려받은 음악을 영구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팟 터치나 아이폰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반해 노키아는 자사의 모든 휴대폰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본지 12월 6일자 13면 참조
모바일 음악 전문업체 옴니폰은 영국·스웨덴·홍콩에서 한달에 1달러(1.99파운드)만 내면 무제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뮤직스테이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뮤직스테이션’은 2.5G나 3G 이동통신망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단말기 종류도 거의 제한이 없다.
롭 루이스 옴니폰 CEO는 “모바일 음악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대량판매 시장으로 전환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휴대폰 음악 서비스를 대중화하려면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음원을 내려받는 절차를 지금보다 훨씬 줄이는 것이 가장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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