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드웨어(HW) 업계의 화두는 빠른 속도와 고용량에 관한 경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업계도 마찬가지다. 경쟁사가 고용량의 제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동일한 용량의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같은 용량이라면 어떤 제품이 더 빠르게 구동되는지가 기준이 돼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초’ ‘최고’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 수많은 제품이 소개되지만 고객의 진정한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기업이 고객의 필요를 넘어서는 용량, 고객이 체감할 수도 없는 수준의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면 현시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
최근 다양한 IT 산업분야에서 강조되는 부분을 하나 꼽자면 바로 ‘저전력’이다.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회의에서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것 또한 바로 향후 출시될 제품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CPU 업계에서는 앞다투어 저전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저전력 CPU는 전력 소모량을 줄임으로써 뛰어난 와트당 성능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초슬림 PC와 같이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고자 하는 PC 제조사에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결국 구매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컴퓨팅 업계에서 저마다 저전력을 목표로 한 비전을 속속 발표하며 기업의 미래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에너지 효율 전문가의 조직을 구성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자금조달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일반 소비자의 직접적인 일상생활과 밀접한 가전업계는 저전력의 핵심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드디스크 업계는 IBM이 1956년에 5MB 크기의 RAMAC(Random Access Method of Accounting and Control)이라는 첫 제품을 내놓은 이후 하드디스크 용량은 물론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최초의 제품이 나온 이후 51년 만에 ‘1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1테라바이트는 일반 가정에서 시청하는 TV 프로그램 1380시간을 담을 수 있는 용량으로 음악은 5MB짜리 25만곡, 고화질(HD) 영상은 250시간 재생이 가능하며 사진 104만장, 영화는 800MB짜리 1300편을 담을 수 있는 실로 엄청난 저장 공간을 자랑한다.
이러한 상징적인 1테라바이트 달성과 함께 조만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업계에도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인 새로운 ‘그린 파워’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여름 출시된 저전력 하드드라이브인 그린 파워는 기존에 비해 전력 소비를 최고 4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 특히 전력 소모를 통한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발열과 소음까지 줄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소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업 및 일반 고객 모두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산해 본 결과, 저전력 드라이브를 사용하면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드라이브당 한 해에 10달러 이상의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고 1만개의 드라이브를 가동하는 데이터 센터는 매년 10만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600톤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에 400대의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이를 통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은 비단 비용 절감의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전력 하드디스크가 적용되는 범위가 넓을수록 그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력 소모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인 제품은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마케팅적 차별성으로 다가갈 수도 있지만 환경 친화적인 제품 개발 및 접근 방법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며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조원석 웨스턴디지털코리아 사장 john.cho@wd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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