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쟁 규제? 규제 경쟁?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7일 만났다. 금융회사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 체계를 만들자는 협약식이다. 규제기관끼리 협약이라니 조금 낯설다. 이유가 있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두 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잣대도 서로 달라 금융권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카드회사가 그랬다.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했더니 공정위로부터 ‘담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정위는 아무리 행정지도를 따랐다 해도 사업자끼리 별도 합의를 했다면 담합이라는 설명이다.

 두 규제기관의 수장은 적어도 이런 일은 없도록 상대 기관과 법령을 존중하고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영역이나 영향력을 넓히려는 게 규제기관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술과 사업은 물론이고 산업까지도 융합하는 시대다.

 금감원 규제의 특수성을 덜 고려했다는 지적을 받은 공정위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상대는 검찰이다. 내용은 더 좋지 않다. 권한까지 침해당했다. 공정위는 가격 담합을 했지만 자진신고한 유화 업체 일부를 고발하지 않았다. 이른바 ‘전속고발권’이다. 담합 행위와 같은 은밀한 불법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자진신고한 업체에 고발을 면해주는 공정위 고유의 권한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해당 업체 임원을 사법 처리했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의 원칙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을 도입한 취지는 사라졌다. 해당 업체도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부도 얼마 전 공정위로부터 당혹스러운 일을 당했다. 이동통신 재판매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공정위의 반대로 애초 안을 대폭 양보했다. 심지어 요금인가제까지 버렸다. 정통부의 굴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정위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추진과 관련해 독과점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관할 부처인 정통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지만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려도 정통부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각이 다른 규제기관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도 당연하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규제의 문제다. 규제기관이 여럿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완전히 정반대 의견이 나올 때다. 특히 해당 규제기관이 아닌 기관의 뜻대로 결론을 내렸을 때다. 그러면 전속 규제기관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이 정도라면 규제기관을 바꾸거나 새롭게 정부 조직을 뜯어고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고객인 기업이다. 전속고발권을 적용받지 못한 유화업체가 그랬듯이 많은 기업은 어떤 규제를 따라야 할 것인지 혼란스럽다.

 경제 성장기엔 정책이 어떻게 하면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경제 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앞으로는 정책도 시장이 스스로의 힘으로 잘 굴러가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독과점과 담합과 같은 불공정 경쟁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위라는 조직이 있다.

 해당 규제기관이 익숙한 업무를 계속하느라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다른 규제기관이 끄집어낼 수도 있다. 이른바 견제와 균형이다. 관계부처 협의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선은 있어야 한다. 정작 현안을 해결했지만 엉뚱한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다른 규제기관의 개입은 그 순수성과 상관없이 자칫 규제 영역만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비칠 수 있다. 전속 규제기관이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려고 애쓴다는 오해와 ‘동전의 양면’이다. 갈등을 빚고 결국 공정위원장과 정통부 장관이 나서 규제 관련 협약식을 갖는 일을 통신업계는 원치 않는다.

 신화수팀장@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