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오일’과 ‘달러’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혁신’이었다.
28일 미 경제전문잡지 포천이 선정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명(Fortune’s 2007 Power 25)’에서 애플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1위를 차지했다. 포천 500대 기업 순위에서 121위로 동종 경쟁업체 HP(14위)나 델(34위)보다도 한참 뒤처진 애플의 CEO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최고 기업인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2위는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수한 미디어황제 루퍼트 머독이, 3위는 투자회사 골드먼삭스의 회장 겸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각각 선정됐다.
스티브 잡스는 한 때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임시 회장으로 복귀한 지 10년 만에 당당히 세계 최고 CEO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비결은 무엇일까. 잡스는 70·80년대 애플 초창기 애플Ⅱ와 매킨토시로 PC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더니 복귀 후에는 98년 출시한 MP3플레이어 아이팟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디지털음악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의 무한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 여름 AT&T와 손잡고 멀티미디어 휴대폰 ‘아이폰’을 출시,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이자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잡스를 가리켜 ‘산업계의 베토벤’이라고 부르며 “반도체·디스크·플라스틱·소프트웨어를 자신만의 비법으로 조합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디지털기기로 승화시키는 마법을 부린다”고 칭송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러나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영향력(power)’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는 고객을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하는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창조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혁신 즉,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시장의 흐름을 바꾸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잡스와 애플에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실제로 포천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명 가운데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과 CEO인 에릭 슈미츠(공동 4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7위),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11위), 마크 허드 HP 회장 겸 CEO(16위) 등 혁신을 추구해 온 정보통신(IT) 업계 경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9위)을 비롯해 리카싱 청쿵그룹 및 허치슨왐포아 회장(12위),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14위),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23위) 등이 25인에 선정됐으나 국내 CEO는 한 명도 없었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겸 CEO(22위)는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순위에 포함됐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포춘 2007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인 리스트>
1.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겸 CEO
2.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겸 CEO
3.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겸 CEO
4.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회장, CEO
5.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CEO
6.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 겸 CEO
7.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8.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CEO
9. 와타나베 가츠아키 도요타 회장
10. A G 래플리 P&G 회장 겸 CEO
11.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겸 CEO
12. 리카싱 청쿵홀딩스, 허치슨왐포아 회장
13. 리 스코트 월마트 CEO
14. 락시미 미탈 미탈스틸 회장
15. 제이미 다이몬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CEO
16. 마크 허드 HP 회장 겸 CEO
17. 제임스 맨너니 보잉 회장 겸 CEO
18. 마리우스 클로퍼스 BHP빌리튼 CEO
19.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
20. 카를로스 슬림 텔멕스 회장
21. 스티브 페인버그 서버러스 CEO
22.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겸 CEO
23.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
24.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
25. 버나드 아놀트 LVMH 회장 겸 CEO
<자료: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