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대응하다보니 급조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최근 만난 중소 음식물 처리기 제조업체 A사 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스팀 청소기 이후 히트 상품이 좀처럼 없었던 소형가전 업계에서 음식물 처리기가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면서 서둘러 제품을 내놓게 됐다는 얘기다. 지난 10여 년간 제품 성능의 한계와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열릴 듯 말듯 정체해 있던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하반기 들어 ‘루펜리’라는 성공 모델이 등장하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과거 음식물 처리기를 취급했거나 금형 개발 경험이 있는 소규모 업체가 앞다퉈 저가 제품을 출시했다. 가격은 선두 업체가 책정한 19만8000원으로 통일하고 공동 개발이라도 한 듯이 모두 악취 제거를 위해 활성탄 필터를 적용했다.
가물에 콩 나듯 대박 상품이 나오는 소형 가전 업계에서 음식물 처리기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시장의 장밋빛 미래보다 지리멸렬을 예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싼 원가에 제품을 만들다보니 악취, 건조 능력 등이 떨어지고 이 같은 한계는 음식물 처리기라는 제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듣게 되는 ‘기술·디자인 특허 베끼기’ 논란도 시한폭탄 같은 대목이다. 디자인·히터·필터방식 등의 기술을 경쟁업체로부터 침해당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느 정도는 타 업체의 기술을 베끼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서로 먼저 특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 같다”는 또다른 B사 사장의 말은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음식물 처리기는 국가적인 골칫거리인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인 동시에 자생력이 없어 허덕이는 중소 가전 업계에도 단비와 같은 존재다. 이를 온전히 산업으로 키워내는데 ‘치고 빠지는’식의 얄팍한 상술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김유경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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