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내비, GPS칩 `외산 잔치`

 내비게이션 판매가 연간 60∼7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자 급증하는 GPS칩 수요를 놓고 외국업체가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기술력 부족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아예 도전장을 내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GPS칩은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읽고 속도나 방향 등을 정밀하게 구현하도록 설계하는 게 관건이다. GPS 시장이 잉태되던 1990년대 후반, 앞선 위성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의 서프가 기술과 시장을 선점했다. 서프가 장악한 GPS칩세트는 교체 수요마저 좀처럼 열리지 않아 후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장벽도 매우 높다.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지오텔(구 카포인트)의 한 관계자는 “신뢰도나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서프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프는 국내 GPS칩세트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며 이른바 ‘GPS의 퀄컴’으로 자리 잡았다.

 30만원대 이상을 호가하는 내비게이션에 들어가는 GPS칩세트의 단가는 2만원대. 고가인 내비게이션에 비해 GPS칩세트 가격은 높지 않다. 반면에 GPS칩세트는 내비게이션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뢰성을 검증받지 못한 제품을 채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탁월한 성능 혁신 없이는 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블럭스·ST마이크로·유냅(U-Nav) 등 해외 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GPS칩세트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 ‘타도! 서프’를 외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시장에서 요지부동인 서프 칩의 교체수요를 노리고 있다.

 스위스계 GPS 전문업체 유블럭스는 최근 50개의 위성 채널 수신, 터널이나 지하주차장에서도 수신이 가능한 ‘추측항법’ 기술을 적용한 5세대 GPS칩세트를 내놓았다. ST마이크로도 하반기 원칩 형태의 GPS칩세트를 내놓고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혁신성을 앞세워 1∼2년 내 서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목표다.

 일부 국내 업체는 GPS칩세트를 공급받아 모듈로 제작하고 있지만 높은 기술과 진입 장벽에 부딪혀 칩세트 개발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헌영 유블럭스 기술지원 부장은 “일부 국내 사업자가 GPS칩 안테나를 제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교한 위치추적을 요구하는 내비게이션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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