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분리발주 다음은 분할발주다](상)선진 산업구조 정착

 소프트웨어(SW) 산업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분할발주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분할발주는 고도의 기술력·창의력을 요구하는 설계와 단순개발 업무가 분리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발주 자체를 프로세스 별로 나눠서 진행하는 제도다. 전체 프로젝트에서 SW 만을 분리해 발주하도록 한 분리발주 제도와 구분해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분할발주라는 새로운 의제를 두고 본지는 분할발주의 의미와 과제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상) 선진 산업구조 정착

(중) 과제는 무엇인가

(하) 장기 로드맵을 만들자

A기업의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 구축 프로젝트 현장. 여기엔 중소 SW 기업 B사의 개발자 100명이 1년간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A기업이 내놓은 제안서(RFP) 범위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B기업의 개발자들은 프로젝트를 시행할 범위를 확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3개월 가량 발주자와의 씨름 끝에 기획안을 수립했고, 기획을 바탕으로 설계 업무에 돌입했다. 분석·기획·설계까지 약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됐고, 테스트 기간을 고려했을 때 4∼5개월 안에 개발 업무를 모두 끝내야 했다. 1년 동안 개발을 했다면 무리없을 일이었다. 하지만 기획과 설계에만 전체 기간 중 절반이 소요됐으니, 초급인력이건 고급인력이건 가리지 않고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할 상황이다. 이들 개발자의 달력은 ‘월화수목금금금’의 연속이다.

국내 SW 기업들의 프로젝트 수행 행태는 이런 모습들이다. 이러한 산업 구조 아래에서는 고급인력이 전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없다. 고급인력이 창의력과 기술력을 발휘해야 하는 기획과 설계 업무에 대한 부가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년간 몇명의 경력자가 투입되었다는 정도가 프로젝트 비용에 반영될 뿐이다. 이는 곧 고급인력의 이탈을 낳는 원인임과 동시에 초급인력들에게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지로 단순 코딩 업무를 아웃소싱할 수도 없다. 맨먼스 방식으로 프로젝트 비용을 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분석-설계를 명확하게 끝낼 수 없어 개발 도중에도 몇 번씩 방향을 계속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분석-설계-개발-테스트가 분업화·전문화가 되지 않고서는 SW 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울 길이 없다”며 “분석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아키텍트급 인재를 키우고 그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업무를 맡으면 고급인력들이 SW 개발업무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설계와 단순 개발 업무를 이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이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설계-개발 프로세스를 분리해 발주해야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파트를 세울 때 디자인과 설계는 전문업체가 하고 그 설계에 따라 건설업체는 시공만 하는 구조처럼 SW 산업도 설계와 개발을 이분화하자는 내용이다. 결국 분할 발주 시스템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 업무를 전문화하자는 주장이다.

백승호 세리정보기술 사장은 “SW 분리발주 사례처럼 어렵더라도 공공부문이 앞장서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공공부문이 설계와 개발 자체를 분리해 발주하면 산업 전반이 고도의 설계 업무와 단순 개발 업무로 이분화되는 구조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고부가가치 높은 설계 업무 전문화를 위한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개발 업무를 분업화하기 위해 원격개발센터 설립에 나섰다.

유영민 원장은“프로젝트에 100명이 투입된다면 기획부터 개발 단계에 이르기까지 100명 모두 고객 사이트에 파견나가야 하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며 “원격개발센터를 설립해 단순개발업무부터 분리해 개발할 수 있는 구조부터 정착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코딩 업무 등을 아웃소싱하며 성장한 인도가 이제는 자체 기술력으로 부가가치 높은 SW를 개발해 내고 있다”며 “부가가치 높은 설계와 기획 업무의 전문화를 위한 첫 단추가 원격개발센터”라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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