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 인프라 "날개없는 추락"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00명당 초고속 통신망 가입자 규모

 미국 인터넷 인프라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AP통신은 1일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느려 터지고(slowpoke)’ 있다고 전했다. 초고속망 보급률, 회선 속도, 가입자 규모와 같은 인터넷 인프라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은 인터넷 발상지라는 명성에 흠집이 생겼으며 정부 주도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없으면 인터넷 후진국으로 머무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AP는 초고속망이 잘 갖춰진 나라로 한국의 사례를 꼽으며 미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우울한’ 미국 인프라 성적표=미국은 먼저 인터넷 속도가 정체 상태다. 땅덩어리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경쟁 국가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회선 속도에서 한국이 15배가량 빠르다고 AP는 보도했다.

 반면에 이용 요금은 비싼 편이다. 가령 TV·전화·인터넷 서비스를 합친 ‘트리플플레이서비스’ 패키지 상품이 활성화한 프랑스 파리는 미국에 비해 절반 이하가 싸다. 초고속망 가입자 규모도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OECD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미국은 보급률 면에서 전 세계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15위까지 추락했다. 2001년 1위를 차지했던 한국이 4위로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상황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배경은 ‘중심 잃은’ 인프라 정책=이처럼 미국이 고전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중심을 못 잡고 있는 정부 정책을 꼽았다. 부시 정부가 인프라 정책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 미 행정부는 2004년 당시 2007년을 목표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로써 초고속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정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원점으로 돌아섰다. 그나마 성공한 정책이 위성을 이용한 초고속망 구축이었다. 이 역시 요금이 비싸고 속도가 느려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프랑스·네덜란드와 같은 주요 유럽 국가는 정부가 저렴한 비용으로 초고속망을 보급하도록 통신사업자를 압박해 성공을 거뒀다.

  ◇대책 마련 ‘발등의 불’=더욱 심각한 것은 한 번 뒤떨어진 초고속망 보급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3대 인터넷 사업자가 지난 몇 주 동안 유치한 초고속망 가입자 규모는 120만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4만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규모다. 급기야 미국 에너지통상위원회는 초고속망 서비스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 법안을 입안했다. 통상위원회 측은 “인터넷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으면 고용률·헬스케어·교육·정보화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지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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