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와이브로 표준 채택 현장지휘, 김치동 전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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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브로를 3세대이동통신(IMT2000)의 6번째 표준으로 하는 권고안이 가결됐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6시(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국제콘퍼런스센터 대회의장. 브루스 그레이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파통신총회(RA) 의장의 권고안 채택 발표와 함께 회의장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세계 97개국이 모여 연구과제 채택, ITU-R조직개편 등 여러 안건이 논의된 이번 회의에서도 각국 대표단의 박수와 축하 함성이 나온 것은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으로 채택된 순간이 유일했다.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고 고생스러웠던 와이브로 표준 반영 과정. 한국 대표단장을 맡아 제네바 현장을 지휘한 김치동 전파연구소장(54)의 머릿속엔 지난 8년간 표준 반영을 위해 뛰었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와이브로 세계 표준 반영 논의가 결실을 맺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 또 민간연구소 등이 합심해서 노력한 덕분입니다.”

 와이브로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단장을 맡아 이번 와이브로 표준 채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김치동 소장은 공을 같이 뛴 이들에게 돌렸다. 지난 2000년 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와이브로 세계 표준 반영 문제가 미국 등의 반대의 벽에 부딪혔을 때 실타래를 풀어준 것은 정부였다. 2003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와 협약을 맺고 와이브로를 국제적으로 논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면서 도약점을 맞은 것. 이후 통신업체 등이 기술 개발 등에 참여하는 한편, 와이브로 관련 산·학·연·관이 망라된 ‘와이브로평가전담반’을 TTA 내에 가동해 기술 수준을 자체 평가하고 세계를 설득할 논리를 만들어나가 와이브로의 세계 표준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 86년 기술고시 21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통신위원회 사무국장, 산업기술과장, 통신이용제도과장 등을 두루 거치고 지난해 국가 전파 활용 전략을 관장하는 전파연구소 대표로 부임한 그에게 세계속의 전파 강국의 위상을 세운 이번 성과는 긍지와 자부심 이상의 특별함을 갖고 있는 성과다. 지난해부터 한국ITU연구위원회를 이끌면서 와이브로 기술 개발과 표준 채택 과정에 깊숙이 참여했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남다르다.

 여러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가장 주효한 계기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부문 이동통신작업반(ITU-R/WP8F) 특별회의의 서울 유치. 김 소장은 이를 두고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와이브로 표준안이 WP8F에서 어렵사리 동의를 받아 이동통신연구반(SG8)로 올리는 과정에서 중국과 독일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 난국을 돌파해나가기 위해서는 전격적인 계기가 필요한 상황. 김 소장은 “국제 회의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특별회의 일정을 잡는 것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회의를 놓치면 다음 회의까지 3∼4년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유치에 매달렸다”고 회고했다.

 이 특별회의를 통해 와이브로가 전 세계 전문가들을 사로잡았다. 핸드오버 기술에 의문을 제기해 왔던 중국 측에 본격 설득작업을 벌인 것도 이때. 와이브로 체험 버스에 탑승한 각국 전문가들은 그 우수성에 모두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를 통해 SG8에 권고안이 회부됐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중국, 독일 등이 여전히 반대의사를 내비치면서 만장일치가 관례인 ITU에서의 채택이 어려웠기 때문. 또 다른 ‘작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때 돌파구는 ‘이너써클(측근 그룹)’ 공략.

 “국제적 위상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란 점을 뼈져리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훌륭하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는 여론이 조성돼야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밑 작업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는 특히 전파연구소의 위규준 과장이 산파역할을 했다고 공을 돌렸다. 아침 저녁으로 반대국 대표단을 만나고 특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던 중국 측과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분위기를 돋워나갔다. 여기에 한축에서는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표결에 붙이겠다고 강하게 압박해 나가는 양면작전을 썼다. 표결을 통해 와이브로가 표준에 반영될 경우 중국 등 반대국가들은 자국 의견을 회의에 전혀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나라도 서서히 절충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조건부 동의’. 중국은 반대 의견을 권고안에 기술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동의하겠다고 밝혀왔다.

 어느 정도 설득의 효과가 나타나자, 각국은 와이브로의 원천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 소장은 “와이브로의 경우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 기술을 모바일에 본격 적용해 상용화한 최초의 기술”이라며 “세계의 전문가들이 이 부분에 주목하고 와이브로의 우수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OFDM은 같은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더 많은 데이터를 분산해 보내는 기술. 그는 “4G 기술의 핵심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4세대 표준까지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저작권료, 특허료도 여기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0년 내 이를 뛰어넘는 기술은 나오지 못할 만큼 뛰어난 기술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렇게 와이브로의 기술력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눈은 빛났다.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이것은 ‘와이브로 세계화’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당장 독일이 요구하는 간섭 문제에 대한 추가 연구가 시급합니다. 더 나아가서 ITU에서 활발히 진행중인 4세대이동통신 표준화 과정에서 와이브로의 후속 기술이 표준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달리겠습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사진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un@

 ◇프로필

1954년 출생.

<학력>

1981년 한국항공대학교 통신공학과 졸업

2002년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2006년 성균관대학교 국정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경력>

1986년 기술고시 21회

1997년 통신위원회 사무국장

1999년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 산업기술과장

2001년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초고속정보망과장

2003년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국 통신이용제도과장

2005년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정보보호정책과장

2006년 (현)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장

2006년 (현)한국ITU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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