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라클이 경쟁업체 BEA시스템스를 67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 BEA의 주요 주주이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칼 아이칸은 CNBC와 인터뷰를 가졌다.
BEA의 가치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이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BEA는 세계 최고의 ‘미드웨어’를 가졌다”고.
아이칸이 ‘미들웨어’를 ‘미드웨어’로 잘못 알고 얘기했다는 사실을 IT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대수랴. 포레스터 리서치의 마이크 길핀 애널리스트는 “아이칸이 IT 시장을 기술적으로 얼마나 잘 이해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이해할 필요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M&A는 재무적인 사안이고 그가 이 방면의 전문가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방인, 실리콘밸리를 휘젓다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우는 칼 아이칸이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BEA의 투자자로 활약 중인 그는 앞서 생명공학(BT) 업체 바이오젠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아이칸이 IT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2003년 광통신망 업체 XO홀딩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다.
올 봄에는 미국 최대 휴대폰 업체 모토로라 이사회에 의결권을 요구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이칸은 스스로도 인정했듯 기술 전략에 관한 한 문외한이다. 그가 CEO로 있는 투자전문기업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에는 기술 전문 애널리스트가 단 한명도 없다. 아이칸은 “우리는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내길 좋아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적당한 업체를 몇 군데 발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칼 아이칸 등장은 IT업계 건전성 ‘증거(?)’
칼 아이칸의 등장 이후 IT 업계에 인수합병(M&A)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전까지 실리콘밸리는 매력적인 인수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소프트웨어와 통신 분야 주도로 IT산업 전반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매출이 안정권을 유지하고 수많은 업체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IBM은 최근 5년 간 60개 업체에 16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오라클도 3년 간 총 250억달러를 들여 34개 업체를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의 다른 투자자들도 대거 실리콘밸리로 물려와 기업들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오라클의 BEA 인수 계획 발표 직후 뉴욕의 투자전문 업체 샌델은 사이베이스 지분 매입을 선언했다. 컴퓨웨어·코그노스·팁코 등이 다음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레드노우드 캐피털의 윌리엄 프레리치스 대표 컨설턴트는 “아이칸은 25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고 그를 따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아이칸 효과에 따른 투자 모방심리가 실리콘밸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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