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유 있는 몸살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 정보통신부 앞마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대규모 시위단이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동원해 각종 문화행사를 동반한 시위가 난무하는가 하면 음식점 개점 행사에서나 볼 법한 바람인형까지 나타났다. 시위대와 함께 청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온갖 도구가 청사 앞을 장악했다.

 시위와 집회의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최근에는 위성방송공동수신안테나(SMATV) 허용문제 등 통신·방송계의 각종 현안을 두고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통합 문제 등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정통부 현안과 관련한 시위도 잦아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에서는 1인 시위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고 통신사로부터 요금고지를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봤다며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용자까지 정통부 청사 앞마당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여기에 청사 바로 옆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시위까지 벌어져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인질 납치 사태가 벌어졌던 시기에는 미 대사관을 상대로 한 각계의 시위가 끊이질 않아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정통부 주변이 한 차례 더 몸살을 앓았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집회에 정통부와 입주기업 직원은 적지 않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저층에서는 시위대의 소음 때문에 여름에도 창문을 제대로 열어놓을 수 없을 정도. 건물 관리 부문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늘어나고 있는 정부 대상 시위를 다른 측면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우후죽순 마냥 늘어가는 ‘불만의 목소리’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와 사회가 보다 개방되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시자가 늘어난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제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황지혜기자<정책팀>@전자신문,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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