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 서버 수주 `빈익빈·부익부`

 은행권 차세대 서버 수주가 사실상 한국IBM·한국HP의 독무대로 끝나 서버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27일 서버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농협·대신증권·현대증권 등 플랫폼 최종 선정을 앞둔 프로젝트 모두가 한국HP와 한국IBM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차세대를 진행한 신한은행과 외환은행도 두 회사가 나눠 가졌다.

 반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후지쯔·한국유니시스 등은 아예 BMT 과정에서부터 제외돼 자사 서버의 장점조차 알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은행권들이 수 천억원을 들여 구축하는 차세대 프로젝트에 기술적인 성능보다는 제안한 제품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선정 잣대로 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 상반기 차세대 대용량 유닉스서버인 ‘APL’을 선보였던 한국썬은 농협의 1차 BMT에 참여했지만 검증사례 부족으로 탈락했다. 농협 측은 “서버 성능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구축 경험을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후지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차세대 영업 담당 박제일 이사는 “은행권 자체가 레퍼런스를 요구하며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BMT 과정을 생략하기로 한 하나은행의 경우 서버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썬이나 한국후지쯔 등은 BMT가 없거나 BMT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해 주는 제2 금융권 쪽으로 영업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썬은 최근 현대해상화재를 수주해 겨우 면을 세웠고 후지쯔도 동양생명 등 보험사 위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버업계는 한국HP·한국IBM의 독주 체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들이 두 회사만을 대상으로 스팩을 정해버리는 사례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다. 한국썬 측은 “국내에서만 유독 IBM과 HP의 독주가 심한 편”이라며 “금융권이 국내 사례에만 국한하지 말고 해외 공급 사례도 눈여겨 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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