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나 동물의 무리 등을 의미하는 클러스터(cluster). 본래는 동종이거나 유사성을 갖는 작은 그룹, 모임을 나타냈으나 최근에는 더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의미를 더해 이른바 ‘혁신 클러스터’라는 신경제 용어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샌디에이고와 중국 중관춘, 스웨덴 시스타, 프랑스 앙티폴리스는 물론이거니와 국내 각종 사업도 ○○클러스터단지 조성 등으로 포장돼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 시장 지배력을 갖거나 시대적으로 인정받는 영향력 있는 혁신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혁신 클러스터가 연쇄적 클러스터링을 일으킬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는 한 지역이 그 나라 국부의 수∼수십%를 창출하는 외국의 몇몇 성공적인 클러스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첫째, 혁신성을 가진 구성원들의 군집성이다. 이들 클러스터에는 기술·비즈니스 모델·지식정보·지식자산 등 혁신 성공 인자를 가진 대기업, 중소·벤처기업은 물론이고 대학·연구소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고밀도로 집적돼 있다. 벤처캐피털과 특허·법률·컨설팅업체를 비롯한 연관지원 서비스기관도 몰려 있다.
둘째, 클러스터 내 구성원 상호 간 협력과 경쟁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마치 거대한 열대우림 생태계처럼 가장 큰 거목에서부터 층층 높이를 채우는 나무와 가장 낮은 지대의 음지식물까지 모두가 활발한 상호작용 속에서 가치사슬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이들 구성원이 혁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비전 제시자와 교류협력 공간, 관련 프로그램 제공으로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코디네이터가 활발하게 기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 간 상호작용 결과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돼 연쇄적이며 지속적인 가치증대 효과가 유발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활동과 시스템의 선순환에 의해 창출되는 새로운 부가가치와 유발 효과는 지역 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심지어는 글로벌 단위로까지 파급, 확산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질적인 업종 및 분야 간에 클러스터링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또 정보통신-바이오화학, 나노메카트로닉스-생명과학 등 융·복합기술 분야에서 태동하는 신기술이 기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서 부를 키우는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대표 혁신 클러스터인 대덕연구개발특구도 이달 초 특구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로서 ‘전문 클러스터 육성사업’을 새롭게 만들어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융·복합 분야로 30여개 제안사업 가운데 기술적 혁신성, 사업화 성공 가능성, 클러스터링 형성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나노재료 사업, 융합생물학에 기반을 둔 산업용 효소 개발사업, 기술사업화전문서비스 회사 육성사업 3개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선 후보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 정책 공방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나 또한 이 부문 정책이 어떻게 돼야 할지 관심이 높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하는 생각으로 가져보는 바람은 경제문제만큼은 단순한 경제정책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모습을 상정한 미래국가경영의 모델로 도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가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요소 투입형 경제와 함께 지식기반 혁신경제를 조화롭게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현재 중요한 산업육성 정책으로 추진 중인 혁신경제 창출 전략으로써의 혁신 클러스터 육성도 마찬가지다. 지식을 가진 사람이 중심이 되는 혁신정책은 시작부터 성과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일단 선순환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면 여기서 나오는 성과는 크고, 오랜 기간 우리만의 성공노하우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몇 년 후를 가정할 때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심지어 우리보다 앞서가는 일본·EU 등 선진국에도 경쟁우위가 있는 경제비전이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락경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사업단장 lksong@ddi.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