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위대한 산업을 향해](3)성장엔진은 재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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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긴급 조난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 이미 밤이 깊은 상황에서 깊은 산 속에 있는 조난자로부터 위치 설명을 듣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컴퓨터를 몇 번 두드려 보더니 조난자의 위치를 금방 파악하고 구출에 성공한다.

사례2. 평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던 K씨. 아내 몰래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를 신청했다. 어느날 요금청구서에서 자신도 모르는 위치추적 서비스가 신청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 자신을 불신하는 남자와는 살 수 없다며 시작한 사소한 다툼이 결국 심각한 가정불화로 이어진다.

두 사례 모두 휴대폰 위치추적서비스를 제공한 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새로운 문제를 빚기도 한다. 1400만 가정에 깔린 초고속인터넷과 4200만명이 이용하는 이동전화 서비스가 이용 형태에 따라 만인의 연인이 될 수도, 또는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다. 풀리지 않는 해묵은 숙제다.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기술 발전=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나타난 위치추적서비스는 자칫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사람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서비스가 거꾸로 사람간의 불신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화를 받는 도중에 다른 전화에 응답할 수 있는 통화중 대기 기능 역시 끊김 없는 업무가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통화전환을 빨리 하지 않으면 자칫 신호가 계속 울리는데 늦게 받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기분을 상하기도 한다. 유무선 인터넷을 가리지 않는 음란·불법 유해정보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접수 건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우리를 괴롭힌다.

◇기술만 탓하랴=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마련하면 정보통신 서비스는 생활 그 자체가 된다.

문제는 이용자의 마음가짐이다. 인터넷의 수많은 악플과 개인정보침해가 범죄자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재미로’, ‘유명해지고 싶어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익명에 기대는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지 못 한다.

법과 제도는 기술 발전을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제한적이나마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했음에도 아프간 인질 사태 등 최근 각종 이슈에 대해 악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은 제도만으로 막기 힘들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통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이제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부터 사회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은 “인터넷은 마음의 창”이라고 정의하면서 “개개인이 인터넷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인터넷은 불법·음란물 등 유해물의 천국이 될 수도,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가 사고를 많이 일으킨다고 해서 모든 자동차를 없앨 수 없듯이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정보통신 서비스 역시 바람직한 이용 문화를 만들어 나갈 때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억울한 통신사업자들=어느 나라나 소비자들은 휴대폰보다 요금에 대해 불만을 더 많이 터뜨리는 편이다. 휴대폰이야 자신이 샀기 때문에 불량 제품이라도 제조사보다는 잘 못 고른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같은 요금제라면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내야 하는 통신 요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요금제를 잘 못 골랐다거나 요금제에 맞게 이용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기 보다는 비싼 요금을 물게 했다고 사업자를 탓하기 쉽다.

사업자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현실이다. 해답은 건전한 이용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업자들이 진작에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연인까지는 안되더라도 적이 되는 일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