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국민에게는 즐거운 소식이 이어졌다. SK텔레콤과 KTF는 기존 WCDMA 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HSDPA를 통해 영상전화를 필두로 새로운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이어 현재 신규서비스에 느슨한 단말 보조금 제도를 십분 활용하고, 소비자에게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HSDPA 단말기를 무료 또는 저가로 제공,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소비자 편익 위주로 개편되던 이동통신시장 상황에서 최근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힘든 정책 발표가 있었다. 지난 10일 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LG텔레콤의 EV DO 리비전A 서비스의 기존 식별번호 사용불가 방침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발표로 인해 향후 기존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 변경이 불가피하고 개인 사정으로 기존 번호를 사용해야 하는 고객은 향상된 품질의 영상전화 및 고속무선데이터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 등 정책 변경에 따라 앞으로 여러 문제점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본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SKT와 KTF는 2002년 당시 EV DO(리비전0)를 개시하면서 3세대 IMT2000 서비스라고 대대적으로 공표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LGT에서 지난 11일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서비스도 EV DO(리비전A)다. EV DO 리비전0와 EV DO 리비전A는 동일한 시스템이며 단지 데이터 전송속도만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일한 시스템인데도 유독 LGT의 EV DO서비스에만 010번호를 부여하려는 정통부의 정책은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원칙과 기준에 혼란을 줘 소비자 불만에 봉착할 것이다.
둘째는 이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소비자 편익이 증가될 것인지 문제다. 만약 번호관리세칙이 개정돼 LGT의 EV DO에만 010 번호를 부여하게 되면, LGT의 750만(기존번호 340만명) 가입자는 모두 010으로 전환해야 하는 역차별 상황이 초래된다. 반대로 기존 주파수(800㎒, 1.8㎓) 대역에서 EV DO 서비스를 제공 중인 SKT와 KTF의 가입자는 WCDMA(HSDPA)를 선택하지 않고 EV DO를 사용하면 기존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다. 기존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동일 서비스에서 LGT 가입자만 모두 010으로 전환해야 하고 SKT와 KTF의 가입자는 기존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소비자 편익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셋째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차원에서 바람직한 정책인지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정책에 개입해 통신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통신기술 향상과 고도화를 촉진하는 한편, 신규서비스 조기도입으로 통신 산업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EV DO 리비전A 서비스에 대한 기존 식별번호 사용불가 정책은 시장 경쟁 상황에 부합되지 않은 과도한 규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자율경쟁을 지연시켜 결국 소비자 후생의 손실과 사회적인 비효율을 낳게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속담이 있다.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서비스를 새로운 정책에 따라 육성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 생각된다. 그러나 구태여 기존 부대에 담겨 잘 익어가던 EV DO 리비전A를 부대를 옮겨 다른 것과 같이 섞어놓겠다는 것은 기존의 좋았던 맛과 향을 없애고 이도 저도 아닌 술로 만들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기존 부대에 잘 담겨있는 리비전A가 앞으로도 좋은 맛과 향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서비스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리비전A의 맛과 향이 깊어질수록 다른 부대에 담긴 WCDMA와 또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서비스의 맛과 향도 더욱 더 깊어질 것이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chuhwan@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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