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SW업체들이 글로벌 차원의 수익 개선을 위해 우리나라에 한해 할인율을 적용했던 ‘코리안 프라이스’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외국계 SW업체들은 특히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해 유지보수율 인상을 직접 거론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할인대상과 폭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기업 및 공공기관은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요율을 글로벌 기준(가격)에 맞춰 전산투자 계획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가격 적용된다=외국계 시스템SW 업체인 S사의 경우, 최근 신규 고객과 계약할 때 대형 고객사 일부와 공공기관을 제외하곤 글로벌 유지보수요율 17%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전에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10% 밑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회사 K사장은 “유지보수요율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는 대신에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유지보수요율을 현실화해 국내와 글로벌 시장의 요율 차이를 없애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오라클은 현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유지보수요율을 각각 22%, 8% 차등 적용하고 있지만, 특정 시점에 공공기관의 유지보수요율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준경 한국오라클 상무는 “당분간 현재의 유지보수요율을 그대로 적용하겠지만, 본사의 정책은 민간과 공공 모두 22% 유지보수요율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CA, BEA시스템즈코리아 등 국내 주요 SW업체들도 20% 안팎으로 책정된 유지보수요율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중이며, 최근 SW사업을 강화중인 중대형 컴퓨팅업체들도 하드웨어와 차별화된 SW 유지보수요율 정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다.
◇프리미엄 서비스 나온다=일부 업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워 유지보수요율을 상향 조정했다. SAP는 최근 17%인 기본 유지보수요율에 5%를 더한 22%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내놓고 고객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는 표준 유지보수 서비스외에 총소유비용(TCO)과 애플리케이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고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급 유지보수서비스(서비스명 맥스 어텐션)다. SAP는 고객의 반발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유지보수요율을 올리는 것보다 서비스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관련업계에선 특히 유지보수요율에 민간한 국내 시장에 SAP와 같은 프리미엄 유지보수서비스를 통해 로컬 유지보수요율을 글로벌 수준에 접근하는 방법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도 올린다=국내 업체들도 유지보수요율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 4월 평균 9% 미만인 SW유지보수 요율을 15%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 분위기를 몰아간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국내 주요 SW업체들이 유지보수요율 인상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인 SW업체인 T사는 최근 일본 증권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후 매달 공급가의 20%에 가까운 금액을 유지보수비용으로 받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국내에선 잘해야 공급가의 8% 정도지만, 일본의 이의 배를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확실한 수익구조를 만들려면 현실적으로 유지보수요율을 올리는 것밖에 없다”며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유지보수요율을 평균 10%대로 맞추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환경 바뀐다. 내부적인 요인외에도 FTA와 같은 외부 변수들도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 SW업체의 대부분이 모여있는 미국 정부가 엔론 사태 이후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SW업체들이 라이선스 매출과 유지보수서비스 매출을 정확히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유지보수요율도 글로벌 수준으로 상향조정될 수밖에 없다.
또 최근 타결된 한미 FTA협정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8%대의 공공기관의 SW 유지보수요율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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