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파워 엘리트 관계망 집중 분석

IT산업계 최고경영자(CEO) 인맥에 ‘학연(學緣)’은 가고 ‘직연(職緣)’이 오고 있다. 직연은 특히 삼성, LG, KT, SK텔레콤, IBM, HP 등 6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갈수록 끈끈해지고 있다. 최지성(삼성), 정홍식(LG), 송주영(KT), 김신배(SKT), 변보경(IBM), 여인갑(HP) 등이 6대 기업 인맥의 접점에 위치한 허브(중개자)로 나타났다.

 전자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아 IT산업에 종사하는 CEO급(일부 부사장 및 회장급 인물 포함) 550명(IT파워엘리트 550)의 인맥(고교·대학 연 및 직장 연)을 분석한 결과다. ‘학연’ 사회는 점차 퇴조하고 ‘직연’ 사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명문고 출신 날로 약해져=몇년전까지만 해도 IT인맥을 주도했던 경기,경복,서울 등 이른바 3대 명문고 세대가 급속히 퇴조했다. CEO의 주류인 50대의 경우 세 학교 출신이 20%로 5명 중 1명 꼴로 나타났으나 40대 CEO에는 180명 중 단 8명뿐이며, 30대 CEO 35명 가운데 경기고 출신만 단 1명이 있었다. 58년생 이후 고교 평준화 도입으로 명문고등학교가 지역별로 분산된 데다 해외 조기 유학 등 학맥이 분산된 결과로 분석됐다. 물론 대학교 학연, 특히 서울대 출신은 인맥종합점수 순위 100인 중 99인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다해도 공급이 제한적인 대학 학연과 달리 직연은 수평적으로 끊임없이 팽창할 수 있어 사실상 인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강력해진 직연=직연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6대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IT 파워엘리트들이 똘똘 뭉쳐 있었다. 이 흐름은 50대보다 40대와 30대가 더욱 강했다. 대학 시절 창업한 CEO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첫 직장으로 이들 IT 대기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자중 현직 대기업 CEO는 113명이지만 한번이라도 대기업을 거친 CEO는 434명으로 80%에 달했으며 이 중 절반인 264명이 6개 기업군 출신이었다. 학맥과 직장 연을 동시에 고려해 산출한 ‘인맥종합점수’에서 상위 100위권에 든 인물은 모두 대기업 출신이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사장은 “학맥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집단은 지난 10여년간 붕괴됐다”며 “하지만 사회 생활이 활발해 지면서 직장 네트워크는 더욱 커지고 촘촘해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개인 인맥도 직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50대 CEO의 경우 직장을 중심으로 인맥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간부급 위치인 90년대에 본격적인 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평균 10명 이상의 인맥이 직장을 중심으로 묶였다. CEO 자리에 오른 2000년 이후엔 평균 인맥 수는 배 이상 늘어났다.

 ◇인맥 허브와 조정자들=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 출신 CEO 그룹과 다른 CEO그룹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접점’으로 나타났다. 정홍식 LG데이콤 부회장은 LG CEO와 다른 그룹 CEO들을, 송주영 KTFT 사장은 KT 출신 CEO와 다른 그룹 CEO들의 허브 역할로 나타났다. 김신배 사장(SK 출신 CEO), 변보경(IBM 출신 CEO 그룹) 사장, 여인갑(HP 출신 CEO 그룹)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CEO그룹내 인맥을 연결하는 ‘조정자’로는 최지성 사장(삼성 출신 CEO그룹 군), 김종은 사장(LG 출신 CEO 그룹 군), 변보경·신재철 사장(IBM 출신 CEO 그룹 군), 이경준·김우식 사장(KT 출신 CEO 그룹), 조정남 부회장·김신배 사장(SK 출신 CEO 그룹 군) 등으로 나타났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