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으르렁대던 방송사와 인터넷 포털 대표가 이달 초 만나 모처럼 웃었다. 바로 방송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서비스가 급부상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번질 것처럼 보였지만 방송사의 대승적인 양보로 상생의 틀을 마련한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작권 협약 체결은 방송사의 정책방향 전환이 큰 몫을 했다. 인터넷미디어업계는 협약 체결이 진행됐던 지난 5일 오전만 하더라도 협약이 확정될지 ‘긴가민가’했던 게 사실이다. 수차례 협상 과정에서 일부 방송사의 인터넷 자회사가 큰 틀에서 합의하려고 했지만 방송사 본사 쪽의 반대가 심하다는 얘기도 지속적으로 들렸다. 최신 드라마 콘텐츠가 방송 전파를 타고 난 하루 이틀 뒤엔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오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커뮤니케이션·NHN과 우선적으로 협약을 체결했으니 물줄기를 만든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저작권 협력의 첫 물꼬를 텄지만 갈 길이 멀다. 우선 협약의 내용으로 저작권 보호와 불법 복제물 모니터링 등을 공동으로 펼치기로 했지만 이 작업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힘겨운 작업이다. 근본적으로 사후 모니터링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완벽한 저작권 보호가 불가능하다. 방송사와 인터넷미디어업계의 상시 핫라인 구축과 공동 모니터링으로 정형화된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작업에 얼마만큼의 시간·노력·비용을 투자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새로운 산업을 일궈야 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 미디어인 방송과 신규 미디어인 인터넷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됐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공유, 다양한 디바이스로의 확장, UCC의 대중화 등에서 볼 수 있듯 신규 미디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성장했다. 조금만 양보하고 머리를 맞댄다면 새로운 ‘파이’를 만들 수 있다. 결실에 따른 보상은 양측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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